오바마 출국직전 한국말로 “韓美 같이 갑시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오바마의 캐딜락 청와대로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탄 차량(앞에서 두 번째)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을 출발해 청와대로 가기 위해 세종로 사거리를 통과하고 있다. 연도에는 재향군인회와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변영욱 기자
오바마의 캐딜락 청와대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탄 차량(앞에서 두 번째)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을 출발해 청와대로 가기 위해 세종로 사거리를 통과하고 있다. 연도에는 재향군인회와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변영욱 기자
단독회담 30 → 75분 길어져 확대회담은 생략
배석한 캠벨 차관보 “이렇게 솔직한 회담 처음”
오바마 “온실가스 감축목표 과감한 결정 인상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은 21시간 체류라는 짧은 일정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75분에 걸친 단독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등에 대해 깊은 교감을 나눴다. 80분간의 업무 오찬까지 합치면 두 정상이 함께 청와대에서 보낸 시간은 3시간이나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한 미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을 숙소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로 초청해 격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호텔의 최고층(20층)에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묵었다. 이 객실은 총넓이 330여 m²(약 100평)에 하루 숙박료는 80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한국이 주요 8개국(G8) 회담에 참가한 데 이어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돼 기쁘다”며 “대통령으로서 아시아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음에 한 번 더 오겠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오전 11시경 미국에서 공수해 온 캐딜락을 타고 청와대에 도착해 이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본관 앞 대정원에서 군악대의 미국 국가와 애국가 연주 등 공식 환영식을 지켜본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안내로 본관 1층 로비에 입장해 방명록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명록에 “I am grateful for the wonderful hospitality of the Republic of Korea. May the friendship between our two people be everlasting(대한민국의 훌륭한 환대에 감사합니다. 양국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합니다)”이라고 썼다.

당초 단독과 확대 정상회담을 각각 30분씩 할 예정이었으나 두 정상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단독회담이 연장됐고 확대회담은 생략됐다. 특히 미국 측 배석자인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회담 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정상회담에 상당히 많이 참여했지만 오늘처럼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외교안보라인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을 제안한 직후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 말미에 “한국문화와 한국음식, 바비큐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 오찬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농담을 던져 폭소를 자아냈다. 오찬장인 청와대 경내 상춘재에서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권도복을 선물했다. 태권도복의 우측 소매 부분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교차해 새겨졌다. 후면 상단엔 태권도 문구와 함께 양국의 국기가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도복을 펼쳐본 뒤 ‘정권지르기’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태권도를 수련해 ‘녹색띠’를 딴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저자 벤저민 토머스가 서명한 에이브러햄 링컨 전기 한정판 등을 선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찬에서 한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을 언급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을 꺼냈다. 이 대통령은 “국내에선 기업하는 분들이 울상이다”라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나라보다 과감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들의 경쟁력, 그리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당초 예고된 식단에는 없던 신선로가 나왔으며 주 메뉴로 숯불바비큐와 비프스테이크, 전통 불고기에 캘리포니아 와인을 곁들였다. 쇠고기는 한식은 한우를, 미국식은 미국산을 사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 문제를 관심 있게 물었고 이 대통령은 “교육열이 높다. 속된 말로 거지도 아이 교육은 시킨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고 교육은 시킨다. 그런 저력이 한국 경제를 성장시킨다”고 했다.

예정보다 20분을 넘겨 오찬을 끝낸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3시 35분경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해 1500여 명의 주한미군과 그 가족, 한국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안녕, 내 친구들이여(Hello pals)! 오늘 여기 오니 아주 좋습니다(I’m so good to be here)”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카투사 병사들을 향해 서투른 한국말 발음으로 한미연합사의 슬로건인 “같이 갑시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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