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日경제… 디플레 공식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소비자 물가 7개월째 하락
GDP 명목 성장률도 둔화
3년 5개월만에 또 악몽
OECD “2011년까지 계속”

일본 정부는 20일 현재의 경제상황을 ‘디플레이션 상태’로 공식 선언했다. 디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경기가 더욱 침체되는 경제 현상으로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공식으로 인정한 것은 3년 5개월 만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경제재정담당상은 이날 각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정부의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 경제는 지금 디플레이션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간 부총리는 2009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과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고용 확대 등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한 경제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11월 월례경제보고에 따르면 일본의 전년 대비 월별 소비자물가지수는 9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8월까지는 4개월 연속 하락폭이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8%(연율 기준)로 반짝 상승했으나 물가 동향을 반영한 실질성장률은 여섯 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디플레이션 현상이 현저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명목성장률마저도 4분기(10∼12월)부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3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을 공식 선언했고 이후 2006년 6월까지 5년 3개월간 이어진 바 있으며 이번에 또다시 디플레이션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로 기업의 생산설비와 노동력이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반면 소비는 침체돼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날 “2011년까지 일본의 실업률이 5% 중반으로 예상되며 디플레이션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고용 악화와 물가 하락이 경기회복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OECD는 이와 함께 일본의 GDP 성장률이 올해 ―5.3%로 후퇴한 뒤 내년에는 1.8%, 2011년에는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물가가 상승세로 접어들 때까지 양적 완화정책(금리 인하)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초저금리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이달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했다. 하지만 경기에 대해서는 “회복되고 있고 물가 하락도 자원가격 상승에 따라 다시 오름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의 판단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해 대조를 이뤘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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