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형제의 난’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동생 구니오 前 총무상 “총리는 주일미군 철수론자” 직격탄

1999년부터 정치적 결별… 하토야마 정권에 잇단 독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동생 구니오(邦夫) 전 총무상이 “형은 주일미군 철수론자”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정권에 비판의 포문을 연 것이다.

구니오 전 총무상은 19일 소속 정당 자민당 내 누카가(額賀)파 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형은 옛 민주당 시절부터 미군이 상시 주둔하지 않는 일본의 안전보장을 지론으로 내세워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1996년 민주당 창당 당시 현재의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와 형(하토야마 총리), 요코미치 다카히로(橫路孝弘) 중의원 의장은 모두 ‘미군 주둔이 필요없다’고 생각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빨리 (후텐마 비행장) 해외 이전을 실현해 보라.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 창당 당시와 생각(정치이념)이 바뀐 것이 될 테니까”라며 비꼬기까지 했다.

자민당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한 하토야마 형제는 1996년 옛 민주당 창당 당시 행동을 같이하며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지만 1999년 구니오 씨가 다시 자민당으로 복귀하면서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이후 하토야마 총리는 외로운 야당의 길을 걸어온 반면 구니오 씨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정권 시절 총무상 등을 지내며 화려한 정치경력을 쌓아왔다.

하토야마 정권에 대한 구니오 전 총무상의 독설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구니오 전 총무상은 이달 초 도쿄 시내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하토야마 정권은 국가를 위태로운 길로 끌고 갈 수 있는 매우 연약한 정권이다. 지금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사회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와 똑 닮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부부 별성제와 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등 민주당의 새로운 정책 도입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일본을 약해 빠진 국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하토야마 총리 취임 당시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 대해서도 “소신표명 연설이 미사여구로 가득 찬 순정만화 같았다”면서 “사회주의 정권의 정책을 아름다운 단어로 바꿔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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