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전쟁’ 진짜 전쟁 될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본선 진출 놓고 다투던 이집트-알제리
잇단 폭력사태에 대사 소환 등 외교전

프랑스-아일랜드도 냉기류… 사르코지 “앙리 핸드볼, 유감”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팀이 모두 확정됐지만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축구에서 진짜 총성이 울릴지도 모를 태세를 보인다. 이집트와 알제리에서는 연이어 폭력사태가 벌어졌으며 대사 소환 등 외교전으로까지 확산됐다. 또 ‘핸들링’ 반칙 논란이 벌어진 프랑스-아일랜드전에 대해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 유감을 표시했지만 아일랜드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19일 이집트 외교부는 카이로 주재 알제리 대사를 불러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18일 수단 하르툼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직후 알제리 축구팬들이 이집트인들을 공격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집트는 사태 협의를 위해 알제리 주재 자국 대사도 소환했다. 평소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았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장남 알라 무바라크 씨도 20일 성명을 통해 “이집트인을 향한 알제리인들의 테러와 적대감, 가혹한 행동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카이로의 알제리대사관 주변에서는 수백 명의 이집트인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사태의 발단은 이렇다. 최종예선 아프리카 C조에 속한 양국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가진 14일 공항에서 경기장으로 향하는 알제리 대표팀 버스를 이집트 축구팬들이 공격해 선수 3명을 다치게 한 것. 이어 경기 결과 이집트가 2-0으로 이기자 알제리 팬들의 분노가 겹치면서 폭력사태로 번져 32명이 다쳤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종예선 결과 승점(13점)과 골 득실(9득점 4실점)이 같아 본선 진출을 놓고 18일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전쟁터는 중립지역인 수단 하르툼. 수단 당국은 경찰 1만5000명을 경기장 주변에 배치했다. 경기 결과 알제리가 1-0으로 이겨 24년 만에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도 이집트 팬들이 공격받는 등 폭력사태가 발생해 21명이 다쳤다. 이에 이집트 팬 2000여 명은 카이로의 알제리대사관 앞에서 알제리 국기를 불태우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집트축구협회는 국제 축구계를 떠나겠다고 엄포를 놨다.

프랑스와 아일랜드 사이에도 냉각 기류가 흐르고 있다. 20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핸들링 반칙으로 얻은 프랑스축구대표팀의 골로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빼앗긴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아일랜드 국민들이 느꼈을 실망감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프랑스가 0-1로 뒤지던 연장 13분 터진 윌리암 갈라스의 동점골을 티에리 앙리가 어시스트하는 과정에서 핸들링 반칙을 범했지만 심판이 지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에서는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까지 나서 분노를 표시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재경기를 공식 요청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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