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美핵무기 日반입 허용’ 核밀약 문서 日서 발견…양국 핵정책도 꼬여가나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日 ‘비핵 3원칙’ 논란 확산될 듯

일본에 민주당 정부가 출범한 이후 주일미군 개편 계획 등을 놓고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껄끄러운 가운데 1960년대 미일 간에 이뤄진 핵 밀약이 공개돼 미일 관계가 다시 꼬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 핵무기의 일본 내 반입을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의 양국 간 비밀협약(핵 밀약)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관련 문서가 일본 외무성에서 발견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는 지금까지 핵 밀약 존재 자체를 부정해 온 일본 정부의 공식 태도를 뒤집는 것으로 향후 일본의 핵무기 관련 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문서는 1960년 1월 미일 안보조약 개정 직전에 핵무기 반입과 관련한 사전협의 등의 내용을 논의한 ‘토의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수십 년간 묻혀 있던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된 이유는 반세기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일본 민주당 정부의 공약인 데다 실제 내각 명령을 통해 조사를 시작했기 때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상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 출범 직후 외무성에 핵 밀약이 존재했는지를 조사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이번에 발견된 것이다. 오카다 외무상은 관련 문서에 대한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내년 1월경 핵 밀약이 존재했음을 공식 인정할 계획이다.

미일 양국은 1960년 1월 안전보장조약을 바꾸면서 ‘일본으로의 핵무기 반입은 사전 협의한다’로 명문화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체결된 핵 밀약에는 ‘미군의 핵무기를 실은 군함이나 항공기의 영해통과, 기항, 비행을 사전협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 밀약의 존재가 문제시되는 것은 일본이 국시(國是)로 내세우고 있는 비핵 3원칙에 정면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으며,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주장해왔다. 자민당 정부도 ‘핵무기 반입과 관련해 미국과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일본에 핵무기가 반입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핵 밀약에 따라 사전협의 없이 반입된 핵무기가 있었음이 확인될 경우 자민당 정권이 그동안 국민을 속여 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오카다 외상은 “외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이해를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하토야마 정권의 향후 일본의 핵 관련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선택은 비핵 3원칙 중 핵 반입과 관련한 부분을 삭제해 현실에 맞게 수정할지, 비핵 3원칙을 고수하면서 핵 밀약을 수정할지 두 가지 중 하나다. 언론들은 하토야마 내각이 미국의 핵우산 정책 유지를 희망하고 있는 만큼 비핵 3원칙의 현실적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핵 3원칙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 일본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의 정당성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현재 미일 간 최대 논란 사안인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문제와 맞물리면서 미일 관계가 더욱 꼬일 수도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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