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카뮈 이장’ 논란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사르코지 “유해, 국립묘지로 옮겨야”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사진)가 프랑스에서 뜨거운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내년 1월 카뮈의 50주기를 앞두고 현재 프랑스 남부 소도시 루르마랭의 공동묘지에 있는 카뮈의 유해를 파리 시내 국립묘지인 ‘팡테옹’으로 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알제리에서 태어난 카뮈의 유해를 여러 프랑스 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팡테옹으로 옮기는 것은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측근들도 “프랑스 상류층을 추종하지 않았던 카뮈의 태도는 헝가리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사르코지 대통령을 매료시켰다”고 거들었다.

카뮈는 부조리한 세상을 그린 소설 ‘이방인’ 등을 남겼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비밀신문 제작을 통해 저항운동을 펼쳤다. 한때 공산당에 몸을 담기도 했다.

좌파 정치인과 지식인층은 카뮈의 묘 이장 계획에 “인기가 떨어진 우파 대통령이 카뮈의 철학에 대한 존경심 없이 그의 인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인 카뮈를 상징적 인물로 내세워 프랑스의 국가 정체성 토론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뮈의 아들인 장 카뮈 씨도 “아버지가 살아 있다면 팡테옹으로 이장하는 겉치레를 반대했을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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