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해를 마무리하는 올해 12월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례 없이 바쁜 한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일 오후 8시(현지 시간)에는 미 육군사관학교가 있는 뉴욕 주 웨스트포인트로 날아가 국민과의 대화를 갖는다. 7월 보건의료 개혁의 정당성을 직접 호소한 뒤 4개월여 만에 다시 황금시간대를 잡아 9월 이후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던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관련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한다. 3만2000∼3만5000명 규모의 미군 병력 증파와 함께 미국이 이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을 동시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8일에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평양으로 보낸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핵 폐기 결단을 설득할 임무를 띤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에는 유엔 기후변화회의가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날아갈 예정. 기후변화협약은 1997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상원의 반대에도 교토(京都) 의정서에 서명했지만 그 후 입법 과정을 매듭짓지 못했다. 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예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면서 독불장군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처에서 미국이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선거구가 제조업과 관련된 지역인 의원들의 반대는 민주·공화를 막론하고 거세다. 7∼18일 열리는 이번 회의에 70여 개국 정상들은 폐막식에 참석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딱 하루만 참석한다.
보건의료 개혁도 갈 길이 험하다. 핵심 내용인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퍼블릭 옵션) 도입을 놓고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이 법이 궁극적으로 재정적자의 부담을 늘리고 중산층의 세금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상원 토론 절차 마무리→상원 단일안 통과→상·하원 통합안 마련 등의 과정을 연내에 마무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산적한 현안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일전불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취임 첫해이지만 개혁전선에서 한 곳에서라도 밀리면 걷잡을 수 없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원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설득 작업도 한창이다. 연말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점심과 저녁 약속은 상하 양원 지도부 및 주요 상임위원장, 각종 표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의원들과의 만남으로 빼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