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지지자들 반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 헬베티아플라츠 광장에서 이슬람 지지자인 두 시민이 종이로 만든 첨탑 모양의 조형물을 머리에 쓰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같은 날 스위스가 이슬람사원의 상징인 첨탑 건설을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에 넣는 안건을 국민투표로 가결한 것에 반대한다며 광장에 모여 시위를 했다. 취리히=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에서 이슬람 견제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이슬람사원 첨탑(Minaret) 건설이 금지됐으며 오스트리아에서는 첨탑 건설이 쟁점화될 조짐이다.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여성의 전신 가리개인 부르카 착용 금지 논란이 발단이 돼 프랑스의 정체성을 묻는 국민 대토론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에서 이슬람사원 첨탑 건설을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에 삽입할 것인지를 묻는 안건이 29일 국민투표에서 가결됐다. 우파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주도한 이 안건에 57.5%의 유권자가 찬성표를 던졌다. 앞으로 스위스에서 새 첨탑 건설은 허용되지 않는다. 첨탑 없이 이슬람사원만 건설하는 것은 가능하다. 스위스 전체 인구 750만여 명 가운데 이슬람은 약 40만 명이며,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로 신자가 많다. 스위스의 방침이 나오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 스웨덴의 칼 빌트 외교장관은 30일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공포가 표현된 것”이라고 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도 “스위스가 조속히 결정을 번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청도 “‘이번 결정은 종교의 자유와 융합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스위스 주교회의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자유당 등 우파 정당들은 헌법에 첨탑 건설을 금지하는 조항을 삽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9개 주 가운데 입법화 움직임이 가시화된 곳은 아직 없으나, 이번 스위스 국민투표의 결과에 고무된 오스트리아 우파 정당들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쟁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여성의 부르카 착용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프랑스에서 부르카 등 종교를 연상시키는 상징물은 이미 학교에서 금지되고 있다. 토론회 결과에 따라 부르카 착용을 길거리 등 모든 공공장소에서 금지시키는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유럽 언론들은 이번 사안을 유럽에서 번지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공포’ ‘기독교적 차별의식 팽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유럽에는 이슬람들로 인해 일자리를 뺏겼다고 생각하는 극우적 사고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가디언지는 “세계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이슬람이라는 만만한 상대를 찾은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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