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언론 4대특사 활동 혹평
이-팔 평화협상 한번도 못열어
아프간 돌파구 못찾고 전황 악화
이란핵은 강온전략에 말려 좌초
北과 대화시작엔 꼬박 1년 걸려
군사력이 아닌 대화와 설득을 통한 ‘스마트 외교’를 주창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4명의 특사를 임명했다. 조지 미첼 중동평화협상특사,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 데니스 로스 걸프·서남아 특사,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4명이 그들이다. 미국 정부가 필요시 주요 분쟁지역을 중심으로 한시적으로 특사를 운영한 경우는 있지만 취임 초부터 아예 4대 지역의 특사를 동시에 임명하고 상시적인 활동을 펼치게 한 경우는 없었다.
○ “특사왕국, 순조롭지 못한 항해” 지적
4명의 특사 임명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포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주요 분쟁지역의 일상적인 임무는 특사들의 몫”이라고 교통 정리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를 제외한 3명은 상근직 특사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첫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현재 4명의 특사들이 받을 성적표는 신통치 않을 것 같다. 뉴스위크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이야말로 ‘리셋(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책결정 과정과 특사들의 활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공공정책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 센터의 에런 데이비드 밀러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특사왕국(empire of envoys)이 순조롭지 못한 항해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첼 특사가 추진하고 있는 중동평화협상은 사실상 좌초상태다. 지난해 12월 말 무력충돌이 발생한 이래 미첼 특사는 중동지역과 유럽을 빈번히 뛰어다니며 중재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한 차례도 협상장에 나오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미첼 특사의 공개 경고에도 요르단 강 서안지역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해 미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말 이스라엘은 정착촌 건설의 10개월 동결로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논란의 핵심인 동예루살렘은 동결지역에서 제외했다.
○ 아프간 이란 대북특사 운신 폭 좁아
3만 명 증파 결정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아프간·파키스탄 지역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알카에다 및 탈레반 세력과의 전투도 답보상태지만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의 부패와 무능력한 모습은 워싱턴의 대표적인 ‘핏대’로 통하는 홀브룩 특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0일 재선에 성공한 카르자이 대통령의 취임식 전야에 홀브룩 특사는 클린턴 국무장관을 대동하고 대통령궁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만찬에 대해 홀브룩 특사는 “화기애애하고 부드러웠다”며 “카르자이 정부의 아프간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봤다”고 말했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부패척결 등 개혁을 요구하는 홀브룩 특사의 직설적인 언행에 자존심이 상했으며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핵문제를 다루는 로스 특사 역시 10개의 우라늄 농축시설의 추가건설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우라늄 고농축 전환작업을 직접 처리하겠다고 발표한 이란에 뒤통수를 맞았다. 이란의 경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를 찾은 데 이어 농축우라늄의 해외 이전에 합의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대화를 통한 핵개발 포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태도 변화에는 이란 핵문제에 초강경 태도를 견지해 온 로스 특사에 대한 메시지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와 그를 더욱 곤란하게 하고 있다.
‘파트타임 특사’라는 비난 속에 1년 내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었던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8일 평양 방문을 계기로 마침내 기지개를 켠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그의 방북에 대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설득에 머무를 것이며 협상이 아닌 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 보즈워스 대표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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