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가 미일 관계는 물론이고 일본 국내에서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사진) 총리는 4일 새로운 이전 후보지를 검토하도록 외상과 방위상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일 정부가 기존에 합의한 나고(名護) 시 헤노코(邊野古) 연안부의 캠프 슈워브 말고 다른 지역을 대안으로 제시하겠다는 의미다. 하토야마 총리가 미국령 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날 그는 “슈워브 기지 이전안도 아직 살아있다”며 미일 간 기존 합의도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대안 물색에 나섰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만으로도 미일 관계는 상당히 꼬일 수 있다. 새 후보지 검토로 인해 연내 결정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이는 ‘기존 합의대로 이행한다는 결정을 연내에 내려달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미국과 결정 시기는 물론이고 내용까지도 상반되는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가 이렇게 미일 관계 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나가는 데에는 외교보다 국내 정치가 발등의 불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위장 정치헌금 문제로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 직면한 그로서는 연립정권 파트너인 사민당이 후텐마 문제로 떨어져 나갈 경우 안정적 정국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 그는 조만간 민주당과 사민당, 국민신당 수뇌부 회의를 열어 향후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후텐마 비행장 이전과 관련한 비용을 일단 계상하기로 했다. 예산을 잡아놓지 않으면 일본이 미일 합의를 일방적으로 백지화했다는 것으로 인식돼 미일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정부가 후텐마 문제와 관련해 몇 달째 오락가락하자 일본 언론은 본격적으로 ‘때리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방향성도 없이 단지 결정을 미루기만 한다면 국민과 오키나와 주민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로부터도 불신과 실망을 자초할 것”이라고 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렇게까지 하면서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토야마 총리는 비상식적이다. 개인적 신뢰는 이미 깨졌다”는 미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총리의 외교전략 부재를 질타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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