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호텔방 2만8000개 허위 예약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7일 15시 39분


일본에서 여행 전문 사이트의 포인트를 쌓을 목적으로 호텔 객실 2만8000개를 허위로 예약한 범인 2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유명 여행 전문 사이트 '라쿠텐 트래블'을 통해 도쿄 등 전국 각지의 호텔 1600업소에서 총 2만8000개의 객실을 예약한 뒤 사전에 이를 취소하지 않고 객실을 사용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본 숙박업소 중 많은 곳에서 예약금이나 객실료의 일부를 미리 지급하지 않아도 객실 예약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에선 호텔, 전통여관 등 숙박업소가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화, 예약 대행 사이트를 통해 객실 예약을 접수한 뒤 별도의 예약금 없이 고객이 직접 업소를 방문해서 객실료를 모두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신용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숙박업계에서 예약금 제도 등이 도입돼 향후 이 같은 범죄를 막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 결과 직업이나 주소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라쿠텐 트래블'에서 객실 2만8000개를 허위로 예약하면서 쌓은 포인트로 이 사이트에서 게임 CD를 받은 뒤 이를 되팔아 생활비로 써 왔다.

이 사이트는 숙박료 100엔당 1포인트를 부여하면서 이를 상품 구입비나 호텔 숙박료로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라쿠텐 트래블 측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포인트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지금은 포인트를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의 호텔 객실료가 보통 1박에 수천~수만 엔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사람이 그동안 받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액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인들도 "일주일 동안 수십만 엔(수백만 원)을 벌었던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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