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3년간… 기후회의 합의안 도출 탄력 받을 듯
中-인도 등 “선진국 40% 이상 감축” 자체 초안 공개
유럽연합(EU)이 11일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모두 72억 유로(약 108억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U의 재정 지원 결정에 따라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유엔기후회의)에 참가한 다른 선진국도 “지갑을 열라”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보 더부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EU가 먼저 금액을 제시함에 따라 유엔기후회의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이제는 다른 선진국이 금액을 밝힐 차례”라고 지적했다.
각국 협상대표들은 이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앞서 10일 개도국들은 선진국보다 개도국에 이산화탄소 감축 부담을 더 안기는 ‘코펜하겐 합의서’ 초안에 맞서 자체 초안을 제시했다.
○ EU 72억 유로 개도국에 지원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정상회의 이틀째인 11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EU 27개국 정상들은 저개발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2010∼2012년 매년 24억 유로씩 총 72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영국과 프랑스 등이 대부분을 내놓고 다른 소국들이 조금씩 부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부터 3년간 개도국에 제공될 ‘신속지원금’은 세계적으로 모두 300억 달러에 이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미국도 매년 필요한 100억 달러 가운데 ‘공정한(fair)’ 비율만큼을 부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재정 지원에 동참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영국 프랑스 정상은 또 “EU의 전 회원국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30%까지 감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제안으로 EU가 유엔기후회의에서 주도권을 잡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0일에는 동유럽의 반대로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확정하는 데 실패했다.
○ 개도국은 자체 기후협약안 제시
중국 등 주요 개도국들은 10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웹사이트를 통해 11쪽 분량의 자체 초안을 공개했다. 이 초안은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4개국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비공개 회담을 한 뒤 지난달 30일 최종 확정한 것이다. 초안은 선진국에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개도국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조치할 것을 촉구하는 원론적인 내용만 담았다.
개도국의 선봉장 격인 중국과 인도는 선진국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인도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0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기후변화에 관한 양국의 입장을 조율했다. 두 정상은 개도국들의 모임인 G77 내부의 분열 양상을 우려하며 양국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누가 얼마나’ 여전히 첩첩산중
이번 회의에서 합의의 핵심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돈을 누가 얼마나 내놓을 것인지 이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 재원 문제, 미국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회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11일 AFP통신이 입수해 공개한 공식협약 초안에는 이러한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초안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섭씨 1.5도 또는 2도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섬나라나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은 1.5도를 지지하고 있으나 선진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은 2도 제한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기온 상승폭 제한과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항에는 다양한 의견을 늘어놓기만 한 채 공란으로 남겨뒀다.
한편 덴마크 경찰은 유엔기후회의가 개막 이후 처음으로 10일 거리시위에 참가한 기후활동가 40여 명을 구금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200여 명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으나 폭력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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