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정의로운 전쟁론’… 뜨거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오바마, 美 전쟁 당위성 역설에
‘승자입장의 논리’ 비판 쏟아져
보수 진영선 “역사적 연설” 극찬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3만 명 증파를 결정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 노벨평화상을 받고 한 연설에서 ‘정의로운 전쟁(just war)’이라는 화두를 꺼낸 데 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의 최고 군 통수권자가 노벨평화상을 받는 데 대한 따가운 비판을 의식해 이 말을 꺼냈다. 하지만 아프간전쟁이 과연 정의로운 전쟁이냐’라는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보수진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지지하는 등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정의로운 전쟁론’을 제기했다. 그는 “단독으로 하든 아니면 국가적인 공조를 취하든 불가피하게 도덕적으로 정당한 무력을 쓸 때가 있다”며 이라크전쟁과 아프간전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 세계의 자유를 수호하는 ‘특별한’ 임무를 띤 미국은 예외라는 논리를 폈다. 최근 60년간 미국의 피와 군대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의 안전을 수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의 인터넷사이트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의로운 전쟁에 대한 비판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정의로운 전쟁과 정의롭지 않은 전쟁(Just war and unjust war)’이라는 책을 펴낸 정치평론가 마이클 월저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아프간전쟁에 자발적으로 기꺼이 참전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의 수가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전쟁에 증파한 병력보다 적다는 사실은 아프간전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남의 땅에 가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면서 전쟁을 치르는 것도 용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블로거는 뉴욕타임스에 올린 글에서 “아프간전은 정의로운 전쟁이 아니다”며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파괴했듯이 아프간에서도 파괴를 초래할 뿐”이라고 적었다. 보스턴의 한 블로거는 “승자 입장에서 정의롭지 않은 전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 크게 반겼다. 보수 성향의 칼럼니스트 캐슬린 파커 씨는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의 가치와 기질을 드높인 승리감의 표현이었다”고 격찬했다. 평소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판의 날을 세웠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내용이 마음에 든다”며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지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오바마 대통령의 수락 연설은 역사적인 연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마이클 거슨 씨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악에 맞서는 도덕적인 선의 세력으로 언급했다”며 “매우 미국적인 연설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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