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복귀 촉구 성과” vs “복귀선언 없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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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 ‘보즈워스 방북’ 美 전문가 5인 진단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에 대한 평가와 향후 6자회담 및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 진행, 북-미 관계의 전망이 여러 갈래로 나오고 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보즈워스 대표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부상 등과 나눈 대화 내용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대화 재개 및 비핵화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 성공이냐 실패냐

이번 방북의 성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답이 나왔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처음부터 보즈워스 대표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6자회담 복귀 및 비핵화 이행 의지를 촉구하겠다고 했다는 점에서 기본 목표는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동행했던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진지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줬다는 점도 성과”라고 했다. 지난달 21∼24일 방북했던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은 “애초부터 기대가 크지 않았던 만큼 실망도 크지 않다”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지도, 2005년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방북은 실패”라고 규정했다. 피터 벡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도 “성공이라고 하기도 실패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전제했지만 “이번 방북은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작은 것을 이룬 것 같다”며 실망감을 보였다.

○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평화협정 논의 주장한 북한의 속내는?

전문가들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회피하려는 협상전술이라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핵무기 제거라는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을 회피하고 현재의 교착 국면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려는 전형적인 책동”이라고 말했다.

벡 연구원도 “최소한 조지 W 부시 행정부 말기부터 현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3년간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양자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이 9·19성명의 합의정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9·19성명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된 뒤 논의할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이라며 “이 문제가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의 위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 6자회담의 장래는?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이번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이 완전한 실패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진전을 이룬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일치된 압력을 피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기관인 애틀랜틱카운슬에서 북한정보 담당관을 지낸 스티븐 코스텔로 프로글로벌 대표는 “북한과 미국이 모두 현재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열정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내 여론도 대화 복귀의 조건으로 북한에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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