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여개국 정상들 속속 도착 지원금-검증문제 등 계속 난항 ‘열대우림 보존 금전보상’ 합의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고위급 협상이 시작되면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협상 타결에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특히 미국과 중국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폐막(18일)을 이틀 남겨놓고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면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 세계 정상들 속속 도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 세계 110여 개국 정상이 코펜하겐에 이미 도착했거나 곧 도착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17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파견해 18일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까지 주요 국가들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일 계획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이틀간 주요국과 접촉하고 개발도상국에 제공할 지원금 규모를 심층 논의했다. 멜레스 제나위 에티오피아 총리와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했고 15일에는 브라운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화상회의를 했다.
○ 미국, 탄소관세 카드 만지작
미국은 또 이번 협상에서 아직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탄소관세’ 카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AP·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동종 상품보다 제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중국 상품에 탄소관세를 물리겠다는 구상이다. 위칭타이(于慶泰) 중국 기후변화특사는 이와 관련해 “기후변화를 구실로 한 보호무역주의”라면서 “아무도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각국 장관급 협상 참석자들은 정상회의에 앞서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밤늦게까지 토론을 계속하고 있다. 15일에는 열대우림을 파괴하지 않고 보전하는 개도국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벌써 열흘간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으나 선진국이 내놓아야 할 지원금 문제를 비롯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개도국이 감축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하는 국제 검증 문제 등 주요 쟁점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및 중국과 자주 접촉한 아시아 국가의 외교관은 “양국이 모두 검증문제를 ‘꼭 지켜야 할’ 핵심 이슈로 삼고 있다”며 “이 문제 때문에 합의가 실패할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16일 오전 각국 대표단에 회람된 초안에는 중요한 수치가 들어 있어야 할 자리가 빈칸으로 남아 있는 등 지난주 공개된 것과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한 경험이 많은 한 협상대표는 “이전 총회를 되돌아보면 마지막 날 심야 협상에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며 막판 대타협 가능성을 점쳤다.
한편 코펜하겐에 모인 환경운동가 1500여 명은 16일 허가를 받지 않고 회의장인 벨라센터 진입을 시도하다 덴마크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해 이들을 해산시키고 이 중 230여 명을 체포했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이번 기후변화회의를 ‘시민들의 집회’로 만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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