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가족에 의해 자행되는 이슬람 국가의 악습인 ‘명예살인’이 영국에서 사건 발생 10년 만에 뒤늦게 밝혀졌다고 영국 언론이 18일 전했다.
17일 런던 중앙형사법원은 런던 북부 우드퍼드그린에 사는 터키 출신 메흐메트 고렌 씨(49)에 대해 딸 툴레이 양(사건 당시 15세)을 살해한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하고 최소 22년은 복역토록 했다. 딸의 남자친구를 도끼로 살해하려 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툴레이 양은 1998년 말 의류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15세 연상의 할릴 우날 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아버지가 교제를 반대하자 가출한 그는 1999년 1월 6일 아버지에게 끌려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음 날 실종됐다.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진척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당초 남편이 두려워 거짓진술을 했던 툴레이 양의 어머니 하님 씨가 10년 만에 입을 열면서 뒤늦게 진실이 드러났다.
하님 씨는 “남편이 딸을 없애 버렸다”며 “딸이 침대에서 손발이 뒤로 묶인 채 엎드려 있는 것을 봤고 온몸은 피멍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툴레이 양의 남동생 툰케이 군(당시 8세)도 “누나가 잡혀 온 다음 날 아버지는 우리에게 ‘집에서 나가 있으라’고 했고 누나에게 마지막으로 작별키스를 하라고 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메흐메트 씨가 툴레이 양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빨랫줄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1996년 터키에서 이주한 시아파 무슬림인 메흐메트 씨는 미성년자인 딸이 나이 많은 남자, 특히 수니파 무슬림과 사귀고 동거까지 한 사실에 격분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딸을 살해했다. 딸을 결혼시켜 지참금 5000파운드(약 950만 원)를 받으려 했는데 가난뱅이와 사귄다는 것에도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판 과정에서 툴레이 양이 실종되기 전에 두 번이나 집에서 도망쳤고 아버지로부터 구타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영국 언론은 ‘명예살인’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툴레이 양을 집으로 돌려보낸 경찰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무슬림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매년 명예살인으로 의심되는 살인사건이 12건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