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손, 겨울밤의 노숙 체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영부인, 노숙인과 오랜 우정
윌리엄-브루니 훈훈한 행보

어려운 이웃을 감싸 안는 유럽 고위층 인사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한파로 얼어붙은 연말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이 노숙인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길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22일 전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2005년부터 자신이 후원해 온 노숙인 지원단체 ‘센터포인트’의 대표와 함께 15일 런던 블랙프라이어스 다리를 찾았다. 청바지와 후드셔츠에 털모자를 눌러 쓴 평범한 차림이었다. 밤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진 이날 윌리엄 왕세손은 침낭과 널빤지 하나에만 의지한 채 쓰레기통 옆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급식 봉사를 하기도 했다.

이번 노숙 체험은 16일 센터포인트 설립 40주년을 맞아 윌리엄 왕세손이 약속했던 것이다. 그는 “빈곤과 정신질환, 마약과 음주, 가정파괴 등이 10대 청소년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사진)도 한 노숙인과 깊은 우정을 맺고 있다고 영국 언론이 프랑스 연예주간지 클로저를 인용해 21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루니 여사는 파리 도심 16구의 자택 근처에서 노숙하는 남성 데니스 씨(53)와 음악, 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 친구로 지내왔다. 브루니 여사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오를레앙 군(8)을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길을 지날 때마다 데니스 씨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격려했다. 데니스 씨는 “(브루니 여사가) 50유로 또는 100유로 지폐를 건네기도 했고 최신 앨범에 사인을 해서 주기도 했는데 동료에게 빌려줬다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녀에게 군용 모포도 건네받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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