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선 록 축제… 파키스탄선 자살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지구촌 크리스마스 표정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구촌 곳곳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각종 축제와 행사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위축됐던 어깨를 펴고 이 땅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중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폭탄테러가 발생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예수가 탄생한 이스라엘 베들레헴에서는 성탄 전야인 24일 저녁 록페스티벌이 열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자정미사를 기다리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마스캐럴을 부르던 예년에 비해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오스트리아 4인조 록밴드 카디악무브는 이날 베들레헴 중심가 구유광장에서 45분간 신나는 록음악의 향연을 펼쳤고 마지막 곡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택해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베들레헴에는 1만5000명이 찾아와 인근 숙박시설은 2000년 전 요셉과 마리아가 방을 구하지 못했듯 동이 났고 구유광장에는 초대형 성탄트리가 세워졌다.

○…아기 예수의 탄생 앞에서 중동 갈등도 잠시 잠잠해졌다. 24일 밤 예수가 탄생했던 곳에 세워진 교회에서 열린 자정미사에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이 참가해 종교에 관계없이 예수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기독교인 2500명 가운데 35세 이상 300명에게 가자지구를 떠나 베들레헴의 성탄전야 행사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올해 ‘화이트크리스마스’를 맞은 유럽과 미국의 표정은 반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유럽 전역과 미국 중동부에서 한파와 폭설로 동사하는 노숙인들이 속출하고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 또는 취소되는 등 몸살을 앓았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려던 여행객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반면 오랜 가뭄으로 고통을 받던 호주 농민들은 300mm의 단비가 내리자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기뻐하기도 했다.

○…성탄전야에도 총성은 멎지 않았다. 파키스탄 노스웨스트프런티어 주 주도인 페샤와르의 번화가에서 24일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4명이 숨졌다. 이라크에서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공격이 이어져 특별경계령이 내려졌다. 24일 모술에서 기독교인 버스운전사가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23일에도 모술의 기독교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은 “특별한 성탄선물을 기대하라”는 괴문자를 받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페루 해안도시 침보테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짜로 나눠주는 빵을 받으려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십 명이 넘어져 6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페루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말린 과일을 넣어 만든 파네토네라는 빵을 돌리는 풍습이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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