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권 ‘魔의 100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2000년 이후 내각들 100일만에 지지율 급락… 하토야마도 쓴맛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이 출범 100일 만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것처럼 2000년 이후 출범한 내각은 비슷한 길을 걸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출범 100일이 내각 지지율의 무덤인 셈이다.

9월 출범 당시 70%대 후반의 높은 지지율로 시작했던 하토야마 내각은 100일 만에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40%대로 떨어졌다.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 등에서 보여준 총리의 리더십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직전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은 2008년 9월 45%의 지지율로 출발했지만 100일이 지나면서 10%대 후반까지 추락해 결국 정권을 내주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아소 전 총리의 잦은 말실수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친 게 결정타였다. 2007년 9월 취임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 대연정 합의가 무산되면서 신뢰를 상실했다. 50%대 후반의 지지율은 30%대로 밀렸다. 보수 세력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도 2006년 9월 출범 때 60%대 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100일 만에 40%대로 주저앉았다. 4명의 총리 모두 100일 동안 20%포인트 이상 지지율을 잃었다.

역대 정권의 지지율이 출범 100일 만에 급속히 내려앉은 것은 초창기의 높은 기대감이 현실의 벽에 부닥쳐 실망으로 변하는 데다 국내외 현안을 말끔히 조정하지 못하는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2001년 4월 취임 이후 100일 동안 80%대의 지지율을 굳건히 지켰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인기 비결이 당내 반발에 아랑곳없이 우정민영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결단력 때문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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