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의 10가지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4일 21시 50분


골프 황제에서 불륜 황제로 등극한 타이거 우즈에 대한 논란은 길고도 질기다. 미 언론에 따르면 타이거 우즈 사건은 2001년 9·11테러보다 더 많은 미 신문 1면을 장식했다. 21세기 스포츠 계 최고의 스캔들로 불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3일(현지시간) 그 10가지를 정리했다.

[1]우즈는 진짜 대단한 선수(player)다=가정생활에 광고모델, 그 많은 여성을 상대하느라 바빴음에도 그는 지난해 PGA투어에서 6승이나 올렸다. 이 성적이 2008년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에서 복귀한 직후 올린 걸 감안하면 골퍼로서 우즈는 위대한 선수다.

[2]우즈는 진짜, 진짜 대단한 선수다=여기서 선수는 필드 위를 뜻하지 않는다. [1]에서 보듯 그 바쁜 와중에도 우즈는 활발한 연애 선수생활을 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해침(海侵)이란 본뜻을 가진 '일탈(transgressions)'이라 부른 것도 최고의 선수답다.

[3]좋은 캐디는 위기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우즈의 일탈이 오랫동안 이어졌음이 밝혀졌는데도 그의 오랜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한번도 (불륜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묵묵히 골퍼를 챙겨주는 뒷받침이야말로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캐디 상이다.

[4]미국에서 피부색은 영원한 숙제다=우즈가 자신을 '캐블리네시언(백인+흑인+아시아인)'이 아닌 흑인이라 불렀다면 대중이 이렇게까지 등을 돌렸을까. AP통신은 "그의 금발여성 편력이 흑인사회의 분노를 샀다"고 전했다. 미국 인종문제의 골은 참으로 깊다.

[5]스웨덴 여성을 화나게 하자 마라=우즈는 이번에 스웨덴 여성을 모욕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아내 엘린 노르데그린은 둘째 치고 스웨덴 전체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우즈는 혹시 복귀해도 당분간 스톡홀름 경기엔 출전하지 말길.

[6]현대사회에 성역은 없다=21C 인터넷 세상에서 숨을 곳은 사라졌다. 사건 초기 우즈는 사생활 침해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인터넷언론과 누리꾼들은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게 들통 났고, 결국 우즈는 '잠정적 은퇴'란 백기를 들었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7]웬만하면 차는 자기 소유를 이용해라=우즈가 사고 낸 SUV는 GM이 제공한 차량이었다. 때문에 차에 생긴 모든 문제가 만천하에 공개됐고, 결국 우즈 집안의 불화도 꼬투리가 잡혔다. 개인차량 사고였다면 비공개 수리가 가능했을 터. 공짜 좋아하지 말지어다.

[8]영웅과 조롱거리는 한 끗 차이다=사고가 났던 지난해 11월 27일 전까지 TV쇼에서 '미국의 영웅' 우즈를 개그 소재로 삼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를 빼고 농담하기가 더 어렵다. 영웅과 멍청이 사이엔 아주 얇은 경계(thin line)만이 존재한다.

[9]광고문안은 신중히 만들 필요가 있다=우즈의 최대 스폰서 나이키와 게토레이의 광고 문구를 기억하는가. "일단 한번 해봐(Just Do It)"와 "당신 안에 들어있는가(Is it in You?)"는 요즘 최고의 성적 표현으로 회자된다. 멋진 광고가 구질구질해지는 건 한 순간이다.

[10]이 세상은 승자에게 관대하다=뉴욕 양키스 야구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보라. 그는 지난해 시즌 직전 스테로이드 복용을 시인해 난리가 났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뒤 누구도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언젠가 우즈가 돌아와 메이저대회에 우승한다면 과연 누가 그를 험담할까. 원래 세상은 불공평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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