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회의서 정보기관장 강하게 질책
美 자생적테러 등 전쟁 패러다임 변화
전시 최고사령관 위상놓고 우려 커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보기관장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정보기관장과 보좌관 등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하고 지난해 성탄절에 발생한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테러시도 사건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았다. 2시간 동안 열린 이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 여객기 테러시도에 “큰 재앙이 될 수 있었던 얼빠진 짓이었다. 총알을 피했지만 겨우 피했고, 이것도 시스템이 작동한 게 아니라 용감한 시민들에 의해 취해진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보 분석에서 실패
오바마 대통령이 분통을 터뜨린 것은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서도 정작 정보기관들 간에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데 실패하는 바람에 ‘대형 재앙’이 발생할 뻔했다는 점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NSC 회의 후 TV로 방송된 성명을 통해 “여객기 테러를 막을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정보기관들 사이에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한데 모아 엮는 데 실패해 테러범의 시도를 미리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기관들은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수많은 경고신호를 무시했고, 이미 갖고 있던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번 사태가 시스템 실패에 따른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가 예멘으로 갔다는 점을 정보기관들이 알았고, 예멘에서 극단주의자들과 합류한 사실도 미리 알았으며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가 예멘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 테러를 시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도 조각 조각난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 입지 흔들리는 ‘전시 최고사령관’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예멘인들을 더는 예멘으로 송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예멘에서의 안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에 대한 테러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현재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90여 명의 예멘인이 수용돼 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은 예멘으로 송환하기로 돼 있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도 6명의 예멘인을 본국으로 보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국익을 해치고 알카에다가 많은 조직원을 모을 수 있는 도구가 됐던 관타나모 수용소는 폐쇄하겠다”며 수용소 폐쇄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테러와의 전쟁’은 최근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미국 내 대테러 전문가들은 더욱 경계해야 할 위협은 바로 미국 내 자생적 테러라고 지적한다. 인터넷 발달로 알카에다 사령부와의 쉬워진 접촉도 달라진 대테러전의 양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시 최고사령관의 지위도 도전을 받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결정이나 9·11테러 주모자의 뉴욕 민간법정 회부 결정, 미국 중앙정보국(CIA) 신문기법 공개 등 오바마 대통령의 우유부단한 모습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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