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DNI‘파워게임’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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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7일 03시 00분


오바마, 두 정보기관 갈등에 공개경고
향후 정보시스템 정비 놓고 촉각곤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일 “정보기관끼리 서로 책임을 미루려는 논쟁이 있다면 참지 않겠다”며 정보기관 사이의 불협화음 조짐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테러 시도 사태 직후 “인적 실패와 시스템 실패”라고 정보기관을 겨냥한 데 이어 5일에는 “정보 분석의 실패”라며 정보기관장들을 강하게 질책한 데는 미 정보기관의 양대 사령탑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의 뿌리 깊은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2001년 9·11테러 후 미 연방정부는 수백억 달러의 돈과 막대한 인력을 테러방지 시스템을 갖추는 데 투입했다. 9·11테러를 시스템의 실패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체계적인 정보수집과 분석을 위해 국가정보국과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대테러통합센터(TTIC)도 발족했다. FBI나 CIA에 쏠려 있던 정보 기능을 여러 곳으로 분산하면서 체계적인 정보수집 및 분석활동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노스웨스트항공 테러 시도는 정보기관 간 협조체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에는 오바마 정부 출범 후 내내 알력을 보인 CIA와 DNI의 갈등이 내재돼 있다. 두 기관은 해외 비밀공작 주도권과 해외 정보기관 고위관리 임명권을 놓고 정면충돌했으며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DNI는 9·11테러 이후 테러정보 취합과 통합관리를 위해 5년 전 신설된 조직으로 직제상으로는 CIA 위에 있다. 미국 내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정보수장’이지만 최고의 정보기관을 자임하는 CIA와 충돌을 빚어왔다. 정보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기관들 간에 공유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DNI가 사령탑 역할을 했는지에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용납할 수 없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바로잡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과 데니스 블레어 DNI 국장의 ‘파워게임’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떻게 정리될지 워싱턴 정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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