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의 ‘200억 달러 도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교정비용 줄여 교육지출 늘리겠다”… 비용추가 새 예산 개편안 내놔

‘근육맨(muscle man) 슈워제네거(사진), 역전 만루홈런에 성공할 것인가.’

액션배우 출신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올해 벽두부터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건 승부수를 띄웠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6일 보도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날 주 의회에서 열린 마지막 시정연설에서 “주 예산 편성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 고질적인 캘리포니아 주 재정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재정개편의 주요 항목은 사회 교정(矯正) 및 교육 분야. 그는 “30년 전 주 예산의 3%였던 교도소 운영 등 교정비용이 현재 11%로 늘어난 반면 10%이던 교육 지출은 7.5%로 떨어졌다”며 “교정 비용을 대폭 삭감하고 교육 투자를 늘려 건강한 주 재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클로니클에 따르면 이 개편안을 원안대로 실행하려면 약 200억 달러(약 22조73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개편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200억 달러는 캘리포니아 주 예산(850억 달러)의 25%에 육박하는 엄청난 금액으로 주 의회의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승부수가 실패로 끝날 경우 올해 임기 만료를 맞은 주지사는 가파른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핏 무모한 도박으로 비치는 이번 안은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첫째는 무너진 지지율의 회복이다. 한때 69%까지 치솟았던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지지율은 최근 27%까지 떨어졌다. 내심 임기 이후 정부 고위직을 노리는 주지사로선 뼈아픈 걸림돌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교육열이 높은 캘리포니아 시민들에게 교육 재정 증대는 매력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또한 이 카드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 대한 압박용으로도 유용하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재정개편 부족 비용은 연방정부가 의료복지를 맡음으로써 일정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의 의료보험개혁 분담금을 줄여달란 의미다. 물론 의보개혁 추진으로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가 이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주지사로선 공화당 입장을 대변하며 정부와 나란히 협상하는 전국구 거물로 발돋움할 발판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캘리포니아의 분담금 축소 요구에 메인과 뉴멕시코 주 등이 연달아 공감을 표시했다”며 “슈워제네거가 ‘돼지가 하늘을 나는(pigs fly·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