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북쪽에 있는 할렘은 대표적인 흑인 밀집 거주 지역으로 유명하다. 거의 한 세기 동안 흑인 빈민가의 상징이었으나 이제 흑인이 다수를 차지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인구통계조사인 센서스 집계 결과 할렘 거주 흑인은 1950년대 98%였으나 2008년 40%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백인 인구는 1990년 672명에서 2000년 2200명, 2008년에는 1만3800명까지 늘었다. 히스패닉계도 현재 27%나 된다.
흑인이 줄어드는 대표적인 이유는 집값. 흑인 빈민들이 최근 할렘 재개발 사업에 따른 집세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할렘 내 흑인문화연구소 숌버그센터에서 일하는 하워드 도슨 씨는 “나 역시 할렘이나 뉴욕에 살 능력이 안 돼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과거에는 할렘 자체를 기피했지만 여전히 맨해튼 중심가보다 상대적으로 싼 집값을 매력으로 느끼고 속속 할렘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1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대학원생 로라 머리 씨(31)는 “위치와 집값 모두 적당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도시에서 경험하기 힘든 이웃 간 정서적 유대감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할렘에 흑인이 줄고 다양한 인종들이 유입되는 현상에 대해 할렘 내 지역 간에 남아 있던 인종장벽이 허물어져 미국 사회의 통합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뉴욕 5개 자치구 중 하나인 맨해튼 자치구 회장 스콧 스트링어 씨는 “흑인 축소를 인종적 관점에서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제 대다수 미국인에게 할렘은 어쩔 수 없어서 사는 곳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사는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쫓겨나는 가난한 흑인들을 위해 일자리와 함께 거주권을 확보해줄 수 있는 사회적 복지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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