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쯔양(趙紫陽·사진)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주창한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이 정치개혁을 가로막고 공산당 일당독재의 이론적 기반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20주년을 맞아 자오 전 총서기의 사후 회고록 ‘개혁역정(改革歷程)’을 펴냈던 두다오정(杜導正·87) 전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서장(署長·장관급)이 8일 펴낸 저서에서 드러났다. 두 서장은 이날 홍콩과 대만에서 펴낸 ‘자오쯔양 또 뭘 말했나: 두다오정 일기’라는 책에서 자오 전 총서기와의 대화 및 개혁역정 출간 비화를 소개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자오 전 총서기는 장 전 주석의 삼개대표론은 공산당이 사회 선진세력의 이익을 모두 대변하겠다는 것으로 결국은 공산당 일당독재의 이론적 기반이 됐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석이 2001년 7월 발표한 삼개대표론은 ‘공산당이 중국 선진사회 생산력의 발전요구, 선진문화의 전진방향, 가장 많은 인민의 근본 이익을 대표한다’는 것. 이는 공산당에 자본가를 영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 서장의 이번 책은 자오 전 총서기가 가택연금됐던 기간 중 1992년에서 2000년까지 약 30차례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를 기초로 작성됐다.
자오 전 총서기는 6·4 톈안먼 사태로 정치개혁이 실패한 뒤 중국에는 족벌자본주의와 부패, 사회적 불평등이 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 특권화된 관료층이 등장해 이들은 모든 것을 자신의 권력과 돈을 지키는 데만 몰두해 정치개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오 전 총서기는 “정치체제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는 한 어떠한 반(反)부패 투쟁도 당내 권력투쟁의 도구로 전락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자오 전 총서기는 자신의 사후 회고록을 위한 육성 녹음테이프의 안전에 대해 노심초사해 3개 복사본을 만들어 하나는 자신의 집에 숨기고 나머지 둘은 두 서장과 또 다른 친구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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