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32개 정치인 私兵집단 손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정치테러 막으려 해산 나서
“야당에 집중될 것” 분석도

필리핀 정부가 전국적으로 132개에 이르는 지방의 토착 정치세력의 사병집단 해산에 나섰다. 올해 5월 대통령선거와 총선거,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병을 활용한 정치테러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필리핀 정부는 7일 사병집단 해산을 추진하고 감독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에는 전직 판사와 군경 고위 관료, 종교 지도자 등이 참여했으며 실질적인 해산 작업은 군경이 맡게 된다. 노베르토 곤살레스 국방장관은 “전국적으로 토착 정치세력의 사병집단은 132개, 전체 사병은 1만여 명에 이른다”며 “이들은 상대편 정치인과 유권자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정부가 이처럼 칼을 꺼내든 것은 지난해 11월 마긴다나오 주에서 발생한 정치테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지역 유력 정치인 안달 암파투안 2세가 자신의 사병 수백 명을 동원해 5월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상대편 후보 측을 습격해 57명이 목숨을 잃은 것.

필리핀은 7107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국가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모든 지역에서 치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토착세력이 민병대를 조직해 치안을 유지해 왔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과 공산주의 반군을 막기 위해 각 지역 민병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활용했다. 이들은 점차 치안 유지에 주력하기보다는 특정 정치세력의 사병집단으로 변질돼 갔다. 이에 1986년 마르코스가 물러난 뒤 취임한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사병집단 해산을 시도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이슬람과 공산주의 세력이 더욱 활개를 치자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다시 사병집단을 용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기회를 통해 야당 정치인의 사병만 집중적으로 해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전했다. 현재 여당의 인기가 낮아 5월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여당이 사병 해산을 통해 야당의 힘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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