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테러 시스템 구멍… 모두 내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오바마, 항공기 테러기도 조사결과 공개
“정보 종합-분석 실패”… 책임자 문책은 거부

2“시스템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말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오후 4시 반경(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의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TV 연설과 함께 자신이 지시한 이번 테러 기도 사건에 대한 6쪽짜리 조사 결과 요지를 여과 없이 공개하고 부처 및 정보기관별 지시사항도 함께 언론에 발표했다. 사건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서 대처방안 수립에 비중을 두는 대신 논란이 일고 있는 책임 문제는 자신이 다 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 “시스템 실패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오바마 대통령은 시스템 실패를 불러일으킨 이번 사건의 조사 결과를 조목조목 공개했다. 요지는 정보당국에서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 반도 지부에서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조각난 정보를 종합적으로 엮어 분석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정보기관 사이에 흩어진 정보를 잘 꿰었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주의 인물 리스트 또한 제대로 발동되지 않아 테러 위협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밝혔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둔 명패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전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며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을 보호하는 엄숙한 책임을 지고 있다. 시스템이 실패했을 때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기보다는 이번의 실수를 통해 우리 국민이 더욱 안전할 수 있도록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이나 조직의 잘못이 아니라 조직과 기관 간에 걸쳐 있는 시스템의 실패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화당에서 연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보수 성향의 언론들도 책임 문제를 거론하며 비판 보도를 내보내는 것에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 조사 결과 모두 공개, 부처별 대처방안 지시

오바마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정보기관들에 정보의 수집과 공유, 분석을 강화하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중대 결함을 모두 보완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또 테러 요주의 인물 리스트 기준을 더욱 확대해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정보를 부처에서 적시에 볼 수 있도록 더욱 광범위하게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중단되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한 발 앞서 있어야 한다”며 “정보를 깔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테러범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가 어떻게 정보당국을 속이고 은신하면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들의 테러정보를 분석 취합하는 국가대테러센터(NCTC) 마이클 레이더 소장은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 발생 후에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겼다고 뉴욕데일리뉴스 인터넷판이 7일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분통을 터뜨린 대상도 레이더 소장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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