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재무상 입에 일본 출렁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엔화 더 약한 게 좋다”→엔 가치 급락 주가는 쑥
“필요하면 인사권 행사”→전체 관가 바짝 긴장

7일 취임한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재무상의 말 한마디에 환율시장과 주가가 출렁거리고 공무원사회가 바짝 긴장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과 함께 ‘민주당 정권 트로이카’로 불리는 간 부총리 겸 재무상의 힘이 드러난 셈이다.

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오후 5시 현재 전날보다 달러당 0.49엔 오른(엔화 약세) 93.26엔에 거래되고 있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에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16.66엔(1.09%) 오른 1만798.32엔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간 재무상이 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두바이 쇼크 당시에 비해서는 엔화가 약세지만 조금 더 약하게 가는 것이 좋다. 적절한 수준이 되도록 일본은행과 연대해 노력하겠다”며 “경제계에서는 달러당 90엔대 중반이 적절하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내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 증대를 통한 대기업 실적 회복과 생산과 고용 유발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였다. 간 재무상의 발언이 알려지자 뉴욕 등 해외시장에서 전날 밤 엔화가 급락했고 이런 분위기는 이날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 그대로 전달됐다.

그러나 이는 내수 촉진으로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는 하토야마 내각의 기본 노선과 달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전 재무상은 달러당 85엔 안팎의 지나친 엔화 강세에는 제동을 걸었지만 적절한 수준의 엔화 강세를 용인한 바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8일 “기본적으로 정부가 환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간 재무상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필요할 때는 인사권을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고 한 발언은 재무성을 넘어 전체 관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평소 관료개혁을 신조로 삼고 있는 간 재무상은 민주당 정권의 탈(脫)관료 공약을 주도했으며 재무상 취임을 계기로 관료사회 전체에 대한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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