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정보 마구 흘려 美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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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2일 03시 00분


美교수 새 전략 분석… 9·11식 ‘한 방 테러’서 ‘능지처참’ 작전으로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테러를 기도한 23세 공학도 출신의 나이지리아인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아프가니스탄지부를 공격한 36세의 요르단 출신 의사는 2001년 9·11테러 이후 급속하게 바뀐 알카에다의 테러 전략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대테러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먼 미 조지타운대 교수가 분석했다. 9·11테러 때 알카에다가 ‘한 방’을 노리는 전략(knock-out blow)을 썼다면 지금은 생살을 도려내 천천히 죽이는 ‘능지처참’ 전략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를 ‘시스템의 실패’라고 규정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잡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예멘이나 소말리아 등에 미군을 파견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 쩔쩔 매는 미국, 훨훨 나는 알카에다

가장 두드러진 전략은 미국을 지치게 하면서 기가 질리도록 하는 고사(枯死) 전략이다. 정보 과잉으로 지친 미국에 다양한 협박과 함께 엉뚱한 정보도 슬쩍 흘리는 등 미국을 교란하고 있다. 잡동사니 정보로 지쳐 있는 사이에 핵심 정보를 간과하게 만든 것이 크리스마스 테러 기도라는 것. 두 번째는 동맹국을 공격해 미국과의 고리를 끊어놓는 것이다.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와 2005년 영국 런던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은 이라크전에 참여하고 있는 스페인과 영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알카에다는 파키스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을 무력화하기 위해 영국과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군대를 타깃으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 세 번째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몰두한 사이 알카에다는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혼란스러운 나라로 근거지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최근 알제리와 소말리아, 예멘 사막 주변의 사바나 지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게릴라식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 ‘시스템 실패’는 알카에다 새 전략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

알카에다는 최근 수년 동안 서방국가에 성명서나 동영상, 음성메시지, 인터넷 등으로 금융시스템을 교란하겠다며 그 선전에 열을 올린다. 특히 크리스마스 여객기 테러 기도로 미국이 검색 강화 조치와 정보기술 도입에 많은 돈을 쓰게 해 어려운 미국 경제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경제전쟁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파산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마지막으로 알카에다는 인터넷을 통해 미국 출입이 쉬운 비이슬람 국가에서 테러자원을 모집하고 있다. 미국 비자면제 국가 출신이 포섭 대상이다.

○ 테러범들의 의식구조

뉴욕타임스는 학자들이 분석한 테러범들의 공통된 의식구조를 네 가지로 나눠 소개했다. 먼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극단적인 신념, 강한 소외감과 피해의식이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로 대부분의 테러범은 집단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세 번째로 상당수의 테러범은 자기가 속한 사회나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에서 테러를 저지른다. 마지막으로 자살폭탄 테러범의 경우 명예에 대한 욕망, 지도자에 대한 헌신 등 개인적인 동기와 함께 자살 테러 후보자로 결정됐는데도 실행하지 않으면 집단 내에서 받게 되는 비난과 모욕 등 불이익도 작용한다고 학자들은 설명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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