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페이스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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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관타나모 수감자 - 간수 ‘악연’ 세사람
작년말 극적 접속… 英서 ‘화해 재회’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수감자와 간수로 만났다가 일반시민으로 다시 재회한 루할 아메드, 브랜든 닐리, 샤피크 라술 씨(왼쪽부터). 사진 출처 BBC 인터넷판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수감자와 간수로 만났다가 일반시민으로 다시 재회한 루할 아메드, 브랜든 닐리, 샤피크 라술 씨(왼쪽부터). 사진 출처 BBC 인터넷판
파키스탄계 영국인 청년 샤피크 라술 씨는 지난해 어느 날 자신의 인터넷 페이스북 페이지에 도착한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발신인이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내 수용소 시절의 한 간수였기 때문이다. 라술 씨는 한때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된 적이 있다. 그는 메시지 내용을 보고는 한 번 더 놀랐다. 간수가 “관타나모에서 미군이 당신들에게 한 일은 옳지 않았다”고 고백한 것이다. 라술 씨는 기지에 함께 있었던 친구 루할 아메드 씨에게 이를 알렸다.

라술과 아메드 씨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알카에다 조직원이라는 혐의로 체포돼 관타나모로 옮겨져 2년간 수용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알카에다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6년에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들은 관타나모에서 미군 병사 브랜든 닐리 씨를 만났다. 20대 초반이던 닐리 씨는 나이가 비슷하고 영어를 쓰는 아메드 및 라술 씨와 창살을 사이에 두고 종종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닐리와 아메드 씨는 서로 힙합과 랩뮤직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2003년 어느 날 아메드 씨는 닐리 씨에게 “당신도 에미넴의 노래를 들어 봤겠죠”라며 랩 한 소절을 읊조렸다.

닐리 씨는 숙소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내가 부르던 노래를 관타나모 테러 용의자도 부르다니….’

닐리 씨는 이들이 정말 테러를 모의한 용의자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미군이 수감자에게 저지른 몇몇 가혹행위를 목격하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죄책감마저 든 닐리 씨는 2005년 제대했다. 그는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라며 관타나모 폐쇄를 결정하면서 수감자들과의 화해를 결심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들의 이름을 한 번 쳐봤다. 놀랍게도 라술 씨의 이름이 등록돼 있었다. 메시지를 그에게 보냈고 더욱 놀랍게도 답신이 왔다. 이후 이들은 e메일을 주고받았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영국 BBC방송은 지난해 이들의 만남을 제안했다. 라술과 아메드 씨의 가족과 친구는 “너는 억울하지도 않느냐”며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망설이다가 만나기로 결심했다. 12일 BBC방송국에서 재회한 이들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메드 씨가 “군인 모자를 벗으니 달라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닐리 씨는 “(당신들도) 수감 복장이 아니니 몰라보겠다”고 받았다. 닐리 씨가 관타나모 시절 자신이 다른 수감자에게 저지른 폭력 행위를 고백했을 때는 분위기가 잠시 싸늘해졌다. 하지만 닐리 씨가 “내가 했던 일을 사과한다”고 하자, 아메드 씨는 “당신이 사과할 필요 없다. 당신은 미군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해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만남이 끝나고 이들은 서로를 더욱 가깝게 느낀 채 스튜디오를 떠났다고 BBC는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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