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성적 올리는게 교사… 노조가 교육정책 좌우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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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취임 2년 반 동안 교장 30% 물갈이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한마디로 ‘예술’입니다. 교사라는 자리는 노동조합과는 거리가 먼 직업일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의 미래에 관한 문제를 놓고 교사들과 타협할 생각은 없습니다.”

취임한 지 2년 반, 미국에서 꼴찌를 맴돌던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공립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뛰고 있는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41)은 개혁에 저항하는 교원노조와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11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에서 동북쪽 외곽의 캐피톨 스트리트에 있는 워싱턴 교육청 접견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10월 교직원 388명을 해고한 그는 이번에는 성과급제와 무능한 교사는 조기 퇴출시키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펄쩍 뛰지만 그의 개혁 행보는 거침이 없다.

취임 후 그는 학생 성적이 저조한 23개 학교의 문을 닫았다. 이어 실적이 나쁜 교장 30%를 물갈이했다. 워싱턴 교원노조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해고무효 소송까지 냈지만 워싱턴 지방법원은 결국 리 교육감의 손을 들어 줬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교육개혁 정책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고,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이야기했다.》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은 “학생들이 최고 수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며 “아이들의 미래를 갖고 교사들과 타협할 생각은 없다. 가르치는 것은 예술과 같은 것이어서 교사는 노조를 할 수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대로,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대로 차별화 교육을 해야 공립학교 교육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해 기자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은 “학생들이 최고 수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며 “아이들의 미래를 갖고 교사들과 타협할 생각은 없다. 가르치는 것은 예술과 같은 것이어서 교사는 노조를 할 수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대로,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대로 차별화 교육을 해야 공립학교 교육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해 기자
■ 무능교사 퇴출 등 공교육 구조조정 나선 이유

교사 책임의식 결여 큰 문제
능력 평가해 솎아냈더니, 수학능력 20%P 향상돼


―교원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무능교사 퇴출 기준은….


“학생들이 얼마나 학업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교사가 노력했느냐를 보고 결정했다. 누가 잘릴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학교 필요에 따른 게 아니었다. 교사들이 시위하면서 강하게 반발했지만 우리는 지난 2년 반 동안 개혁을 추진하면서 확고한 신념과 원칙을 지켰다. 지금 바른 길을 가고 있고, 옳은 결정을 내렸다. 교직원들이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기(학교와 교육청)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최고 수준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존재한다.”

―교육감 맡은 지 2년 반 지났는데….

“처음엔 워싱턴 공립학교의 성적이 아주 낮았다. 학교 기능을 못하는 곳도 많았다. 학교를 제대로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워싱턴 시내 학교 20%의 문을 닫았고, 많은 교장과 교직원들을 정리했다. 능력이 처지는 교사를 솎아냈다. 교사평가 시스템도 새로 만들었다. 결과는 고무적이다. 초등학생의 수학 능력이 2년 전보다 20%포인트나 향상됐다. 백인 학생과 흑인 학생의 격차는 70%포인트에서 50%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최근 치른 전국시험에서는 많은 대도시를 앞질렀다. 4학년이 1등을 했고, 8학년은 2등 했다. 어떤 평가에서든 워싱턴에서 최상위 성적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에선 강남의 교육열이 아주 높다. 워싱턴에서는 공교육이 왜 부실한가.

“서울 강남 부모들보다 교육열이 낮아서가 아니다. 내가 만난 이곳의 어떤 부모도 강남 부모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다. 아이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시키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 지역에 만연한 교사들의 책임의식 결여다. 아무 걱정 없이 직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었고, 학생들 성적이 안 좋아도 교사들은 퇴출되지 않고 오히려 월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교육 부실을 초래했다.”

―교사들과 타협할 생각은 없나.

“교사들에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원을 충분히 하는 것과 타협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지금 교사들 수입이나 수익 같은 것을 갖고 협상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장래가 걸린 문제다. 전혀 타협할 생각이 없다. 어떤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도 타협할 수 없다. 학생들이 최고 수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지원하는 것은 내 임무다.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놓고 타협을 어떻게 하나. 교사들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 아이들이 어떤 성과를 내든지 간에 말이다.”
■ 교직원노조 강한 한국 vs 영재교육 하는 미국

학생 가르치는 것은 예술
교사는 노조할수 없는 직업
공립서 차별화교육 나서야


―한국에선 교직원노조가 아주 강하다. 학교에서 수월성 교육을 하기 어렵고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노조에서 반대한다. 교육당국에서도 쉽게 통제하지 못한다.

“교원노조에 의해 교육정책이 좌우되면 큰 문제다. 노조는 전혀 다른 최종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우선순위는 다르다. 노조의 최상 목표는 노조원들이 더 많은 봉급을 받고 직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노조가 너무 강력해져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교사라는 직업은 절대로 노조를 할 수 없는 자리다. 철강노조나 자동차노조와는 다르다. 언제든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은 노조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가르치는 것은 ‘예술(art)’이다. 의사나 변호사 투자은행 직원이 노조를 갖고 있나. 각각 다른 역할이 있고 성과에 따라 보상도 달라진다. 물론 교원노조가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을 인정할 수는 있다.”

―미국 학교에선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다. 수학은 한 학년에서도 수준별로 클래스가 천차만별이다.

“공립학교의 유일한 장기적인 승부수는 차별화 교육에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 수준을 감안해 이에 걸맞은 차별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자녀가 평균치를 훨씬 넘는 뛰어난 학생이건 기본보다 못한 학생이건 마찬가지다. 모든 공립학교에 차별화 교육이 있어야 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교육이 필요하다. 학업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보충수업을 하듯이 우수한 아이들에게는 영재교육이나 재능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한국에선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학교에선 수준별 수업이 안 되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지루해하고 야간에 학원에서 공부한다.

“한국이 당면한 중요한 문제다. 한국 정부는 사설학습기관인 학원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통제 밖의 영역으로 갈 수도 있다. 한국의 새 교원평가 시스템에 대해 한국 교사들이 많이 반대한다고 들었다.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 역시 교원노조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매우 유의해야 한다. 워싱턴 교원노조의 역동성은 아주 뒤처진다. 교원노조는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신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 ‘기러기 가족’ 느는 한국 교육현실 평가


아이와 가족 이별 찬성안해
美 소수민족 교육기회 적어… 현 교육시스템 바꿀 필요


―조기유학 때문에 한국에선 ‘기러기 가족’이 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열을 본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한국에선 미국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다.

“교육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가족과 이별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특히 장기간 그렇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도 어렸을 때 한국말을 배우고 글자를 익히느라 1년 동안 한국에 가 있었던 적이 있다. 아이들과 긴 날을 떨어져 사는 것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공부에 너무 압박을 받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충분히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좋다는 게 아니라 교육열이 뛰어나다고 얘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자녀를 모두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것과 상치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부모는 아이들을 어떤 학교에 보낼지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 모든 부모가 그런 기회를 가지고, 학교를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아이들이 어떤 학교에 다닐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모든 부모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단지 부자 부모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학과 과학 교육에 향후 5년 동안 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 아이들의 수학 과학 실력이 뒤처지는 이유는….

“점차 공동화되고 있는 도시학군의 경우 교사들이 수학이나 과학을 가르칠 만한 준비가 안 된 경우가 많다.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이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수학 과학 분야의 교육을 위한 튼튼한 기반을 다지는 데 실패했다.”

―교사들의 강력한 반대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미국의 가난한 아이와 소수민족 아이들은 균등하고 공평한 교육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공립학교에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말로 열심히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또 가난한 소수민족 아이들이 영리하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도 아니다. 그들이 어디서 태어났고 그들의 부모가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해져 버렸다. 이런 상황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나를 움직이는 추동력이고 에너지다. 현 시스템을 확 바꿔 놓는다면 모든 아이들이 양질의 공교육을 받고 좋은 학업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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