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종합상사, 아프리카 구애작전은 사회공헌

  • Array
  • 입력 2010년 1월 15일 03시 00분


年5% 넘는 성장 신흥시장 떠올라
직업훈련-현지고용으로 신뢰 구축
중국의 현금 공세와 차별화 전략
日 내수시장 위축 탈출구로 접근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아프리카를 향한 일본 종합상사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를 천연자원의 보고뿐 아니라 신흥소비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두각을 나타낸 중국이 막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앞세웠다면 일본 종합상사들은 인프라 정비와 현지인 고용 등 아프리카의 경제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사회공헌사업을 무기로 내세웠다. 지역도 성장하고 기업도 크는 이른바 ‘윈윈 전략’이다. 이 같은 일본 종합상사의 차별화 전략은 국가브랜드 향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마

일본의 6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미쓰비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에티오피아 농촌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현재 유전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모잠비크에서 올해 안에 태양광발전을 활용한 농업용수를 무상 제공할 예정이다.

소지쓰상사는 내전으로 황폐해진 산유국인 앙골라 지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이 나라 연간 수요량의 25%를 담당하는 시멘트 공장을 내년까지 완공함과 동시에 공업단지 조성과 직업훈련학교 설립도 정부 측에 제안했다. 또 원유나 천연가스가 풍부한 나이지리아의 만성적인 정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스발전시설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스미토모상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마다가스카르에서 고성능 전지 등의 원료가 되는 니켈, 코발트의 일관 생산을 시작함과 동시에 도로 항만 발전소 등을 정비하는 등 빈곤 대책도 마련했다. 종합상사들의 지원 형식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현지 고용이나 생활수준 향상에 공헌해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당장 먹고살 수 있는 돈을 주기보다 기술과 인프라라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 종합상사들의 일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는 중국을 의식한 결과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차관과 원조자금을 뿌리면서 아프리카와의 자원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아프리카 협력포럼에서 100억 달러의 차관을 장기 저리로 제공하기로 했다. 해마다 1월이면 중국의 고위 인사들은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채무를 탕감해 주는 등 화끈한 빚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같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도 정작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많은 중국계 노동인력이 아프리카로 건너가 중국인 사회를 형성하면서 ‘막상 현지에는 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불평이 더 많다. 일본무역진흥기구 아시아경제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아프리카의 중국계 이주민은 100만 명을 넘었을 정도다.

○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의 전환

아프리카가 세계 각국의 관심지로 떠오른 것은 원유와 광물 등 풍부한 지하자원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원유매장량이 세계의 10%에 이르고 다른 지역에선 찾을 수 없는 희귀광물의 보고다. 그러나 최근 일본 종합상사가 바라보는 아프리카는 신흥소비시장으로서 큰 가능성을 지닌 곳이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2003년 이후 5%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충분한 잠재성을 보이고 있다. 2008년 현재 아프리카 인구 9억5000만 명 가운데 고가 제품을 살 수 있는 부유층은 5%, 소비 및 저축이 가능한 중산층은 25% 정도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내수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일본으로선 승용차 가전제품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팔 수 있는 새로운 탈출구가 생기는 셈. 이와 함께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 내전이 줄어들면서 라틴아메리카보다 높은 수준의 정치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종합상사들은 아프리카에 새로운 거점을 세우면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지쓰상사는 아프리카를 중점 지역으로 정하고 지난해부터 3년 계획으로 주재 거점을 늘리고 있고, 스미토모상사와 마루베니도 지난해 봄부터 본사 내 아프리카 관련 부서를 강화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