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티는 참사 사흘째인 14일 아침까지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해 나라 전역이 아비규환이었다.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가 끊이질 않았고, 주택가에서는 통곡과 한탄, 기도 소리가 뒤섞여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수도 인근 간선도로엔 대탈출 행렬이 줄을 이었다.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물과 음식, 전기, 의약품이 턱없이 모자라자 인근 도미니카공화국이나 시골 등지로 탈출하려는 것이다.
○…강진이 지나간 수도 포르토프랭스 거리는 아수라장이었다. 잔해 더미에서 발굴한 시신들이 하얀 시트에 말려 아무 곳에나 방치돼 있고 사람들은 맨손으로 잔해를 뒤지면서 가족을 찾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시내 한 학교 주변엔 어린이들의 시신이 높이 쌓여 있어 지나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사흘이 지나면서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에는 파리 떼가 몰려들고 있다. 희생자 유족들은 가족들을 찾기 위해 파리 떼를 쫓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14일 오전 대통령궁 주변의 한 주택에서 사흘째 갇혀 있던 13세 소녀가 구출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사람들은 환호했으나 곧 머리를 숙였다. 소녀의 주위에서 가족 4명이 시신으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한편 현지에서 한국인 선교사 일행 5명이 철수 권고를 무릅쓰고 교회에서 아이티 어린이 25명가량과 이재민 20여 명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와중에도 도시 곳곳에서는 약탈과 방화가 잇따랐다. 평소에도 가뜩이나 치안이 불안한 아이티는 지진으로 공권력이 붕괴되자 무법천지였다. 거리에는 뭔가를 메고 다니는 사람들로 넘쳤고, 밖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 주변에는 어디선가 가져온 물건들이 쌓여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나마 경찰 3000명과 유엔평화유지군 9000여 명이 거리에서 구호 활동과 치안 유지를 함께 하고 있어 강력범죄는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교도소가 붕괴돼 수감자들이 탈출했다는 정보도 전해졌다. 미국 남부군 사령관인 더글러스 프레이저 장군은 “아이티 정부가 수감자들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해 줄 수 있는지 물어 왔다”고 밝혔다.
○…여진의 공포 때문에 상처를 입고 먼지를 뒤집어쓴 생존자들은 거리에서 이틀 밤을 새웠다고 외신은 전했다. 14일 아침이 밝자 가족 친구의 생사를 찾는 사람들로 거리는 분주해졌다. 외국 방송사, 특히 미국 방송사가 현지에서 생중계를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많은 사람이 몰려 가족이나 친척을 찾는 종이 팻말을 들고 서 있거나 리포터에게 자기의 이름을 불러달라고 요청하곤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자신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수도 공급이 끊겨 물을 쓸 수가 없고 강력한 지진이 또 올 것이라는 뒤숭숭한 소문까지 퍼져 사람들이 떼를 지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도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수도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병원은 아르헨티나계 병원 단 한 곳뿐이지만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마비될 지경이다. 고온에 시신이 밖에 방치돼 있다 보니 열대성 전염병까지 창궐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레오넬 페르난데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은 아이티에서 버스에 실려 오는 부상자들에게 국경 인근 병원의 문호를 개방할 것을 지시했다. 다행히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 활주로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아 구호물자를 실은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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