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잔치? 공적자금 토해내라” 오바마, 월가에 900억달러 ‘세금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금융위기 책임비용’ 부과키로

“국민의 돈을 돌려받기를 원한다. 엄청난 보너스를 줄 정도라면 납세자에게서 받은 돈을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보너스잔치를 벌이고 있는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에 향후 10년간 최소 900억 달러의 세금을 매기겠다고 14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금융위기 책임비용’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세금은 금융위기 때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자산규모 500억 달러 이상의 50대 대형 금융기관에 매긴다. 미 의회는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2008년 가을 이들 금융기관에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1170억 달러는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의회에 제출할 국가 예산안에 이 같은 세금 부과계획을 반영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에게 빚진 돈을 마지막 한 푼까지 거둬들이는 게 대통령의 임무”라며 “위기에서 벗어나 많은 이익을 내고 막대한 보너스를 주겠다는 금융기관을 보면서 반드시 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월가에 구제금융을 빌려준 많은 국민은 아직도 경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은 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많은 변호사와 회계사를 고용해 로비단체를 만드는 대신 돈을 갚는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금융기관 경영자들을 압박했다.

백악관은 구제금융 손실 가운데 900억 달러는 향후 10년 동안 세금으로 징수하고 늦어도 12년 내에는 1170억 달러를 모두 세금으로 거둬들이겠다는 방침이다. 백악관은 “2008년 가을 구제금융을 줄 때 대통령은 손실 예상분에 대해 2013년부터 상환 받을 방침이었다”며 “당초 계획보다 3년가량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세금 부과 계획에 대해 “정치논리에 따른 징벌적 세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13일 금융위기 책임을 추구하는 의회청문회에서 “세금으로 벌주려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라며 “금융사들이 세금을 고객들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방침은 단호하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월가의 보너스잔치를 겨냥한 입법 조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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