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우파후보 피녜라 대통령 당선
대선 결선투표서 52% 득표
좌파정권 5연속 집권 저지
개인 재산 1조3500억원
4개 방송사-축구팀 소유
정국 패러다임 급변없지만
남미 좌파정권과 거리둘 듯
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 종식 이후 중도좌파 세력이 네 차례 연속으로 집권해 온 칠레에서 20년 만에 우파 정권이 출범하게 됐다. 17일(현지 시간) 실시된 칠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억만장자 기업인이자 중도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야당 후보(60)가 에두아르도 프레이 여당 후보(67)를 꺾고 승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개표 결과 피녜라 후보는 52%를 득표해 48%에 머문 중도좌파 연합 소속 프레이 후보를 눌렀다.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프레이 후보 측은 피녜라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여러 기업을 소유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치와 경제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 “피노체트 독재를 지지한 우파 정당이 집권하면 인권이 후퇴하게 된다”고 강조해 격차를 일부 좁혔지만 그의 당선을 막지는 못했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칠레에서 신용카드 사업을 해 부를 이룬 피녜라 당선인의 재산은 12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추정)에 이른다. 칠레에서 세 번째 부자다. 중남미 최대 항공사 ‘LAN’의 지분 26%를 비롯해 4개 방송사와 최고 인기 축구팀, 대형 쇼핑몰 등을 소유하고 있어 ‘칠레판 베를루스코니’로 불려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언론재벌이자 프로축구 AC밀란 구단주이다.
피녜라 당선인은 △일자리 100만 개 창출 △연 6% 성장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배 달성 △마약 및 조직범죄 단속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또 자신을 둘러싼 정경유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재산 대부분을 백지신탁했으며 LAN의 지분은 대통령 취임 전까지 팔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승리 연설을 통해 “칠레를 세계 최고의 국가로 개조하는 일에 모두가 헌신하자”며 “낭비할 시간이 단 1분도 남아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바첼레트 현 대통령은 전국으로 방송된 피녜라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지난 20년간 발전시켜 온 정책들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당선인은 “현 정부의 좋은 점들은 계승하겠다”고 화답했다. 퇴임을 앞둔 바첼레트 대통령은 현재 75%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연임을 금지한 헌법규정에 따라 이번에 출마하지 못했다. 피녜라 당선인은 3월 11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좌파정권 20년 만에 우파정권 출범이 이뤄졌지만 칠레 정국의 이념적 패러다임이 급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칠레에서 우파 후보가 당선됐지만 유권자들이 보수성향으로 바뀐 결과라기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환멸감과 변화에 대한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많은 분석가가 당선인이 급격한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를 강도 높게 비판해 온 피녜라 대통령이 취임하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남미 좌파 정권들과의 관계는 일단 소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좌파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칠레에서 우파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브라질에서 80%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중도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브라질 10월 대선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피녜라 칠레 대통령 당선인 △1949년 산티아고 출생 △칠레 가톨릭대 및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전공 △1970년대∼1980년대 신용카드 사업으로 부 축적 △1990∼1998년 상원의원 △2005년 대통령선거 출마해 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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