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다나카 이후 ‘30년 악연’… 검찰개혁前 檢이 선제공격설
땅 산 돈 출처 캐는 도쿄지검 “건설사 돈 1억엔 밝히면 끝”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사진) 민주당 간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사건이 일본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사건은 직접적으로는 오자와 간사장이 2004년 출처 불명의 돈으로 땅을 구입한 데서 비롯됐지만 근저에는 검찰과의 뿌리 깊은 악연, 돈과 정치의 구조적 문제 등이 자리 잡고 있다.
○ 오자와의 검찰 개편설 vs 검찰의 선제공격설
오자와는 오래전부터 일본의 구조적 개혁을 염원해 왔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치세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돈을 필요로 한다. 오자와의 존재 자체가 ‘돈과 개혁’이라는 이율배반적 위상인 셈이다.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정권을 잡은 오자와에게 늘 돈 문제가 따라다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자와는 검찰을 향해 “왜 나만 문제 삼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획수사’ ‘불공정 수사’라는 비판이다. 오자와는 정치적 스승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와 가네마루 신(金丸信) 전 자민당 부총재가 검찰수사로 정치생명을 잃었을 때부터 30여 년간 검찰과 악연을 쌓아 왔다.
오자와는 작년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후 검사총장(검찰총장)에 민간인을 발탁하고 고등검사장 이상 간부 임명에 국회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검찰개혁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검사총장 임기는 올 6월까지다. 이를 ‘검찰 손보기’로 받아들인 검찰이 선제공격을 가했다는 분석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니시마쓰(西松)건설 사건 때도 검찰을 포함한 관료개혁을 공언해온 오자와를 치기 위한 검찰의 선제공격설이 파다했다. 일각에서 ‘정치권력은 검찰이 견제하는데, 검찰권력은 누가 견제하느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정치자금보고서 허위 기재가 현역 의원을 긴급체포할 만한 사안이냐는 논란도 적지 않다.
○ ‘1억 엔을 찾아라’
이 사건의 핵심은 오자와가 구입한 토지대금에 건설업체의 돈 1억 엔이 포함됐는지와 오자와가 정치자금 보고서 허위기재를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다. 둘 중 하나라도 증거가 나오면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허위기재 지시 문제는 오자와의 자금관리 성격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비서들이 이를 자백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검찰이 18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검사 인력을 증강 배치해 건설사 등 관련 기업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1억 엔’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검찰은 오자와 지역구의 건설공사와 관련해 하청업체가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중의원 의원에게 1억 엔을 건넸다는 진술은 확보했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면 오자와를 기소할 수 없다.
○ 검찰 출두-의원 기소 등이 고비
오자와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참고인 조사를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일본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의 검찰 출두는 사건의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오자와를 상대로 어떤 사실을 밝혀내는지에 따라 사건 향배가 바뀔 수 있다. 이미 정치적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그로선 검찰 출두 자체만으로도 사지(死地)에 빠질 수 있다.
이시카와 의원이 기소된다면 오자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작년 봄 니시마쓰건설 사건 때 오자와는 회계비서가 기소된 후 1개월 이상 여론이 계속 나빠지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실질적으로 선거를 지휘하면서 총선 승리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7월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올해에도 똑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될지 주목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