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시간 사투… 18개월 아기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0일 03시 00분


■ 참사현장 표정

CNN 의학전문기자 취재도중
美항모서 아이티 소녀 뇌수술

강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티를 돕기 위해 국제사회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제구조팀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연일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아이티가 안정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8일 국제구조팀은 포르토프랭스의 무너진 대학 건물에서 여성 2명을 구조했다. 지진 발생 무려 140여 시간 만이다. 또 폐허가 된 건물 안에서 18개월가량 된 여자 아기가 극적으로 구출됐고, 은행 건물 안에서 직원 1명도 구조됐다. 유엔은 “국제구조팀이 이날까지 90여 명의 목숨을 구했다”며 “아직도 희망은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01년 미국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건물 잔해를 헤집으며 인명을 구조했던 뉴욕 시 경찰소방 합동구조대가 지진 피해자 구조에 활약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은 포르토프랭스의 무너진 슈퍼마켓 건물에서 매몰자 3명을 구출하고 경찰서가 있던 현장에서 잔해에 깔린 경찰관을 끌어내는 등 명성에 걸맞은 활약상을 보여 주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 현장에 파견된 취재진들도 구호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신경외과 의사이자 CNN 의학전문기자인 산제이 굽타 씨는 18일 아이티 해안에 정박한 미 항공모함 칼빈슨에서 지진으로 부상한 소녀의 머리에서 1.2cm 크기의 콘크리트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했다. 의사인 미국 ABC뉴스의 리처드 베서 의학전문기자도 전날 공원의 텐트에서 어렵게 출산을 하고 있던 25세 여성을 발견하고 무사히 아이를 낳도록 도왔다. 또 호주 취재진들은 15일과 16일에 각각 16개월, 18개월 된 여자 아이를 건물 잔해 속에서 직접 구해내기도 했다.

한국구조대 “한 명이라도 더…”아이티 지진 현장에 급파된 한국의 119 국제구조대 대원들이 19일 한 대학 기숙사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18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한 구조대는 현장에 임시지휘소를 마련해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건물 더미를 중심으로 구조와 시신 수습 등을 맡았다. 구조대는 25일까지 아이티에 머문 후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소방방재청
한국구조대 “한 명이라도 더…”
아이티 지진 현장에 급파된 한국의 119 국제구조대 대원들이 19일 한 대학 기숙사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18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한 구조대는 현장에 임시지휘소를 마련해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건물 더미를 중심으로 구조와 시신 수습 등을 맡았다. 구조대는 25일까지 아이티에 머문 후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소방방재청
한편 혼잡한 공항과 파괴된 도로 때문에 긴급 구호품 수송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군은 이날부터 군용 수송기에서 낙하산을 이용해 아이티에 물과 식료품을 투하하기 시작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날 오후 노스캐롤라이나 주 포프 공군기지를 출발한 C-17 수송기는 생수 9600병과 미군 전투식량(MRE) 4만2000개를 포르토프랭스 공항 근처에 떨어뜨렸다. 이를 지상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받아서 아이티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구호품 보급이 원활치 않아 약탈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탈옥한 조직폭력배들까지 활개치고 있어 아이티는 무법천지나 다름없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현지에 파견된 의료진은 지진 부상자뿐 아니라 총상을 입은 환자까지 치료하느라 일이 더 늘어났다. 물, 식량 등 생필품과 함께 치약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지독한 시신 냄새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코밑에 치약을 바르려 하기 때문. 포르토프랭스를 탈출하는 주민이 몰리면서 시외버스 요금이 약 7.7달러(약 8700원)로 급등했는데 이는 아이티인들의 사흘 치 평균 임금보다 많은 액수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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