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은 평화를 외쳤건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1일 03시 00분


나이지리아 기독교-이슬람 총격전 200여 명 사망

나이지리아 중부지역인 조스에서 17일부터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간의 유혈충돌이 발생해 사망자가 200여 명이 넘어서고 있다. 독일 슈피겔지는 최근호에서 나이지리아에 대해 “21세기 ‘문명충돌’의 최전선”이라고 평했다.

조스(JOS)는 ‘Jesus Our Savior’(예수 우리의 구세주)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도시 이름. 남쪽의 기독교, 북쪽의 이슬람이 만나는 경계에 있어 인근에 있는 카두나, 바우치와 같은 중부 도시들처럼 늘 분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17일 조스 시에서는 이슬람교도들이 모스크를 세우려는 데 대해 기독교인들이 항의하자, 무슬림들이 기독교 교회를 공격해 유혈사태로 번졌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19일 통행금지령을 내렸으나 여전히 총성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인구 1억5000만 명의 나이지리아에는 약 400개 부족이 살고 있다. 그러나 1999년 이후 북부 지역이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의한 통치를 선언하면서, 북부와 남부는 끝없는 종교분쟁에 빠져들어 사망자만 1만여 명에 이른다.

나이지리아 분쟁은 일차적으로는 종교 때문이지만 경제 문제도 큰 원인이다. 100년 전 영국의 식민통치자들을 따라 온 선교사들이 유전이 있는 남부지역엔 기독교를 전파하면서 수많은 대학과 기업, 병원을 지었지만, 이슬람계인 북부지역엔 그러지 못해 북부지역은 이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종교분쟁이 격화된 후 기독교계 기업인, 교수, 의사, 과학자들이 대거 북부지역을 탈출해 불균형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북부지역 도시 카노의 공장 수가 500개였는데, 10년 후에는 200개로 줄었을 정도다.

1999년 군부독재가 종식된 후 나이지리아는 종교 간 평화를 위해 북부 이슬람계와 남부 기독교계가 대통령 임기를 2번 이상 연임하지 못하도록 비공식적 합의를 했다. 또한 대통령과 부통령은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이 맡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무슬림 출신인 우마루 무사 야르아두아 대통령은 두 달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병원에서 투병 중인데도 기독교계인 굿럭 조너선 부통령에게 권력 이양을 거부하고 있다. 슈피겔지는 “조스에서 기독교계와 이슬람계가 각각 사활을 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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