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월가 공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공룡은행 정조준… 상업-투자銀분리, 위험투자 금지 발표

“은행장들이 개혁에 맞서지 말고 동참하라는 것이 나의 메시지다. 만약 싸우기를 원한다면 나와 준비된 싸움을 치러야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1일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는 월가에 메가톤급 ‘폭탄’을 터뜨렸다. 은행원과 주주들의 보너스 봉투만 두둑이 불려주는 위험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은행 간 결합을 통한 대형은행 탄생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대마불사 정면 겨냥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은행개혁 방안은 은행업의 지각변동을 유발할 수 있는 매머드급이다. 규제방안을 입안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윌리엄 도널드슨 전 증권관리위원회(SEC) 위원장을 대동한 채 기자회견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마치 전쟁을 선포하듯 비장한 결의를 보였다.

은행개혁의 핵심은 3가지다. 우선 은행 고객 이익과는 무관한 위험 투자를 금지하는 것이다. 고위험 고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 헤지펀드나 사모투자펀드(PEF)에 투자를 금지하고 이에 투자하는 자회사도 은행들이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주식과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했다. 은행돈으로 투자해 고수익을 내면 직원과 주주 몫으로 돌려 보너스 잔치를 벌이지만 정작 대형 손실을 내면 국민세금으로 막아주는 악순환의 고리를 자르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되면 지금은 경계가 모호한 일반은행과 투자은행 간의 칸막이가 뚜렷해져 위험상품 투자를 하려면 은행을 둘로 쪼개야 한다. 또 대형은행 간의 합병을 통한 ‘공룡은행’ 출범도 막기로 했다. ‘너무 커서 죽이지 못하는’ 월가의 대마불사 논리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 고도의 정치계산 깔린 승부수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를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선거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월가 은행장들과 대립각을 세워 납세자들의 표를 집결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칫 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장 은행개혁 방안을 서둘러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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