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 크리켓, 갈등의 불씨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파키스탄, 印리그서 자국 선수 1명도 안뽑자 발칵… 외교문제 비화

크리켓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앙숙 관계인 양국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크리켓 선수 선발 문제를 놓고 불거진 갈등이 양국 간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발단은 최근 열린 크리켓 인도프리미어리그(IPL)의 선수 선발에서 비롯됐다. 인도 팀들이 세계적인 선수인 샤이드 아프리디를 비롯해 파키스탄 선수를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은 것. 많은 파키스탄인들은 “인도 정부가 IPL 팀들의 구단주에게 압력을 넣어서 파키스탄 선수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파키스탄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이들을 뽑겠다는 의사를 밝힌 팀이 몇 군데 있어서 파키스탄 선수들이 영입 대상 명단에 올랐기 때문에 파키스탄 팬들은 더욱 흥분하고 있다.

그동안 크리켓은 전통적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간 결속의 상징이었다. 1987년 카슈미르 문제로 양국 관계가 위기를 맞자 무함마드 지아 울하크 당시 파키스탄 대통령은 인도 자이푸르에서 열린 크리켓 경기를 관람하며 양국 간의 긴장을 완화시켰다. 인도에서 열린 양국 간 경기에서 파키스탄 팀이 승리를 거두더라도 인도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파키스탄을 찾은 인도 크리켓 선수들도 환대를 받았다.

하지만 2008년 11월 뭄바이 테러가 발생한 뒤 얼어붙은 양국 관계는 크리켓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에는 파키스탄 정부가 자국 선수들이 IPL 팀으로 이적하는 것을 금지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이런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 문제는 크리켓 선수와 팬들 사이의 논쟁을 넘어 양국 정부까지 개입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레만 말리크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인도가 파키스탄 선수들을 모욕함으로써 파키스탄과의 평화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S M 크리슈나 인도 외교장관은 “IPL 팀들이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정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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