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전쟁의 열쇠를 쥐고 있는 파키스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을 돕지 않는다면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파키스탄에 숨어 있다가 언제든 아프간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미국에 오히려 더 비협조적으로 나와 미 정부의 속을 태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5일 분석했다.
지난주 파키스탄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과거에 미국이 파키스탄과의 동맹관계를 축소한 것은 ‘엄청난 실수’였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미국은 파키스탄의 주권을 존중한다. 미국은 파키스탄에 군사기지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무인정찰기 12대 제공 의사도 밝혔다. 25일에는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은 안보 문제를 넘어 장기적으로 파키스탄의 민주주의 발전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미국 정부의 물심양면에 걸친 구애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정부는 오히려 “적어도 6개월간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온상인) 북와지리스탄에서 반군을 소탕하지 않겠다”고 밝혀 미국을 크게 실망시켰다.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이 지난해에만 군사 분야에 30억 달러(약 3조5000억 원)를 지원한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키스탄 콰이드이아잠 대학의 리파트 후사인 교수는 “파키스탄인은 필요에 따라 미국에 협력할 뿐 미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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