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한국기아대책-동아일보 의료봉사단이 아이티의 구호활동을 마치고 27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의료봉사단은 4일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병원에서 환자 300여 명을 진료했다. 수술을 실시한 환자도 10명이나 됐다. 외국 의료팀이 같은 기간 진료한 인원보다 2배 정도 많다. 봉사단을 수술 팀, 진료 팀, 조제 팀으로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인 덕택이다.
이번 구호활동은 여러 면에서 기존의 봉사활동과 달랐다. 무엇보다 의료진과 취재진이 혼연일체가 돼 환자를 살렸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의사 출신인 기자와 SBS 조동찬 기자는 직접 환자를 진료했고, 수술에도 동참했다. 의술로 도울 수 없는 연합뉴스의 한상용 기자는 대신 손전등을 들고 어두운 수술실을 밝혔다. CNN의 산제이 굽타 기자를 포함해 미국의 CBS NBC ABC가 모두 의사 출신 기자를 파견해 '참여저널리즘'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기자들이 취재에만 머물지 않고 봉사단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 이번 사례는 한국 재난보도의 드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봉사단은 귀국길에 오르기 전, 새로 의료봉사를 온 계명대 동산의료원 팀에게 환자를 넘겨주기로 했다. 사용하다 남은 의료장비 및 의약품도 전달했다. 봉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겠다는 생각에서다. 아직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가장 고마워했다.
의료봉사단의 김동수(57·사진) 단장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환자들이 훨씬 많았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봉사 기간을 더 길게 잡았을 텐데…. 너무 일찍 끝나 아쉽다"고 말했다.
위험지역이었지만 한국의료진에 대한 공격은 거의 없었다. 의료진과 취재진이 몸을 아끼지 않고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티 사람들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곳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심어준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아이티에서도 꽤 큰 병원인 코뮈노테 병원에서 구호활동을 벌였다. UN에 등록된 국제기아대책기구와 함께 활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아이티 지진 참사가 발생한 직후 이 기구와 접촉했다. 김 교수는 "민간단체들이 의료봉사를 갈 때는 UN에 등록된 NGO(비정부기구)와 협조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덕분에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진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70년 초 의대 재학생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벌였다. 1970년대에는 국내의 빈촌을 돌며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1998년 2월에는 베트남에서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했고, 1999년 터키 대지진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긴급 구호 팀에서 활동했다. 2002년과 2003년에는 한창 전쟁과 내전 중이었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사랑의 의술'을 펼치기도 했다. 2005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와 파키스탄 지진 사태 때도 마찬가지. 김 교수가 재난 지역 의료봉사도 어느 덧 1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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