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러닝슈즈를 신고 달리는 문화가 몸에 해를 끼칠 뿐 아니라 인류의 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대니얼 리버먼 휴먼진화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은 ‘러닝슈즈의 생리학적 효과’라는 제목의 글에서 “운동화가 인류의 달리기 방식을 바꿨으며 이로 인해 몸의 균형을 망가뜨렸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이 쿠션이 달린 운동화를 신고 달린 건 한 세기가 채 되지 않는다. 이전만 해도 맨발로 달리거나 샌들 또는 모카신(인디언들이 신던 낮은 굽의 가죽구두)처럼 맨발과 별 차이가 없는 신발을 신고 달렸다. 그러나 장구한 인류사(史)에서 찰나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바뀐 습관 탓에 인간의 진화는 커다란 갈림길에 서게 됐다는 것.
달리기에서 맨발과 운동화 착용의 결정적 차이는 주법(走法)의 변화에 있다. 인류는 맨발로 달리던 시절엔 발가락이 제일 먼저 땅에 닿는 ‘앞축 주법(fore-foot strike)’을 사용했다. 그러나 쿠션 보호대가 깔린 운동화를 신으며 뒤꿈치부터 내딛는 ‘뒤축 주법(rear-foot strike)’으로 바뀌었다.
이 미묘한 차이가 가져온 결과는 엄청나다. 리버먼 교수는 “뒤꿈치를 먼저 착지하는 달리기는 자신의 몸무게 2∼3배쯤 나가는 망치로 발바닥을 때리는 효과”라고 말했다. 앞축 주법은 달리기로 발생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진화의 긍정적 산물이었지만 운동화 때문에 이 습관이 망가졌고, 인체의 근육 및 중추신경 심지어 뇌에까지 적지 않은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운동화가 악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미 버지니아대 물리재활치료학과의 케이시 케리건 교수는 “쿠션 신발이 거친 대지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켰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피부를 보호하고 발을 편하게 만들어 인체에 도움을 준 공이 크다는 지적이다. 리버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조건 러닝슈즈를 벗어던지라는 극단적 주장을 담은 게 아니다”라며 “위험하지 않은 범위에서 이따금 맨발로 달리면 인체가 균형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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