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의 핵심 당국자가 최근 청와대와 정부 부처 고위당국자, 여야 국회의원 등을 두루 만나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마이클 시퍼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24차 안보정책구상회의(SPI)의 미국 측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그는 공식 회의 일정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주한 미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고위당국자, 국회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면담을 요청해 전작권 전환에 대한 견해를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장호진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등도 만났다. 한 소식통은 “시퍼 부차관보가 전작권 전환 문제에 관해 주로 질의했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고 말했다.
시퍼 부차관보를 면담한 한 인사는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이후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2012년은 한미 양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치러져 어느 때보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정세가 불안정할 것인 만큼 전환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2012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안보적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데 전쟁 억지의 핵심 수단인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전작권 전환을 강행해선 안 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퍼 부차관보는 직접 메모를 하거나 추가적인 질문을 하는 등 면담 내내 진지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한국 측 인사들에게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해 어떤 대북정책을 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고 한다.
시퍼 부차관보의 이런 행보를 놓고 일각에선 미국이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핵 6자회담이 장기간 공전되면서 북핵문제 해결이 늦어지고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양국의 국익에 바람직한가를 놓고 미국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노무현 정부에서 합의한 전작권 전환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최근 들어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0일 동북아미래포럼 초청 연설에서 “전작권이 2012년에 넘어오는 게 가장 나쁜 상황이다. 대통령과 군도 고민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한미 간에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군 고위 소식통은 “합참의장 재임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적극 주장한 김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다른 뉘앙스의 견해를 피력한 배경을 깊이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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