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반대’표 FRB사상 최다… 상처난 연임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美상원 찬성70-반대30 인준
향후 4년 임기 가시밭길 예고…금리인상 타이밍 최대 난제

미국 중앙은행장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연임이 천신만고 끝에 확정됐다. 그의 연임이 임기 만료를 불과 사흘 앞두고 힘겹게 확정됐지만 역사상 반대표가 가장 많았던 만큼 향후 4년 동안의 임기는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정치적으로 큰 논란거리인 금리 인상의 시점을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그의 앞길에 놓여 있다.

○ 버냉키 의장, 역대 최다 반대표 ‘오명’

미 상원은 28일(현지 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의 연임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70표 대 반대 30표로 통과시켰다.

18명의 공화당 의원과 11명의 민주당 의원, 무소속 의원 1명 등이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이 상원 내 59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버냉키 의장 재임 반대론에도 적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앞서 상원은 이날 버냉키 의장 인준안과 관련한 토론을 종료할 것인지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77표, 반대 23표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날 버냉키 의장은 FRB 96년 역사상 인준 표결에 부쳐진 의장 가운데 가장 많은 반대표를 받은 인물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종전까지 반대표를 가장 많이 받은 의장은 1983년 재임 인준표결에서 16표(찬성 84표)를 받은 폴 볼커 전 의장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버냉키 의장은 미국경제를 벼랑 끝에서 구해낸 사람”이라며 신뢰를 표시했지만 상원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많은 의원이 버냉키 의장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으로 금융위기의 씨앗을 뿌렸고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을 눈감아 위기를 키웠다고 비난했다. 또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엄청난 돈을 시장에 뿌리며 위기 극복에 나섰지만 미국경제를 살리는 것보다 월가를 구제하는 데 더 앞장섰다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버냉키 의장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부터 글로벌 공조를 이끌어내는 등 신속하게 대처한 덕분에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 ‘만신창이’ 된 버냉키 의장, 험로 예상

상원의 인준안 통과로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에서 첫 임기를 시작한 버냉키 의장은 앞으로 4년간 더 미국 중앙은행 수장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다만 상원 표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 끝에 연임이 확정된 만큼 버냉키 의장의 앞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주식 국채 상품 등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를 언제 올릴지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금리 인상은 매우 정치적인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나 국민이 반대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 또 금리 인상 시기가 너무 이르면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또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시중에 뿌린 유동성을 언제 거둬 들이냐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예컨대 FRB가 보유하고 있는 1조25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을 시장에 팔기 시작하면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경기를 단번에 냉각시킬 수 있다.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FRB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FRB 의장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정치적 외풍을 막아내지 못하면 미국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프로필 ::

△1953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출생 △1975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졸업 △1979년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1985년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2002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 △2005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2006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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