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판세를 뒤집고 살아난 버락 오바마 후보는 당시 지방 곳곳을 누비며 자신이 승리하면 미국과 세계의 재건이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임기 1년을 맞이한 지금, 대통령 오바마가 지배하는 미국은 살벌하게 갈라져 있고 국제정세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 측근들 인터뷰를 통해 위기의 원인을 진단했다. 그 결과 다수의 답변자는 ‘충성심 강한 조언자들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자주 출몰하는 ‘이너서클’ 4인방 데이비드 액설로드 선임고문(54),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38),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50), 밸러리 재럿 선임고문(53)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지난해 백악관을 40회 이상 방문했던 한 후원자는 이들(4인방)이 “매우 꽉 짜여 있는 소수그룹”이라고 표현했다. “승리가 불가능할 줄 알았던 선거에서 이기며 그들의 결속력은 매우 깊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기간에 유권자를 설득하는 효율성이 요구되는 선거판과 실제 국정운영은 다르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선거에서 사용한 전략과 인력을 국정에 적용할 때는 차별화를 두어야 하는데 이를 똑같이 그대로 끌어다 쓰는 ‘일관성’을 보여 준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문제라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냈던 존 포데스타 미국진보센터 소장은 “오바마의 장점은 여러 가지의 관점에 열려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 관점을 제시하는 그룹 자체가 협소하다”고 말했다. 이너서클 중 누구 하나라도 빠지면 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어떤 이슈가 부각되든, 액설로드 고문이나 기브스 대변인을 TV에 내보내는 폐쇄성은 여러 내각 멤버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캐슬린 시벨리어스 보건장관. 그는 건강보험 개혁의 책임자로 임명됐지만 TV에 거의 나타나지 않고 건보개혁안에 대해 논할 때도 배제된 지 오래다. 켄 살라사르 내무장관이나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장관 등도 국민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행정부 내부자들은 “성질 급하기로 유명한 이매뉴얼 실장이 내각 수장들을 부하로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매뉴얼 실장이 외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오바마 대통령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불만도 일부 지지자 사이에서 나온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훌륭한 커뮤니케이터였던 오바마 대통령의 의사소통 능력을 되살리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의사소통은 국민이 오바마 대통령이 건보개혁이든 뭔가 한 가지를 이루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짐 모런 씨(정치학자)는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측근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새 피를 수혈하라”고 입을 모은다. 이너서클들의 정치적 조언과 각료들의 정책적 조언을 분리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이들은 클린턴 정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전 정권인 조지 H 부시 정부의 공보참모였던 데이비드 거건 씨를 기용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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