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눈축제서 ‘王대접’ 받은 백제왕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 日 강제병합 100년 맞아 만든 눈조각 ‘차원’이 달랐다

자리- 관광객 가장 붐비는 명당
규모- 높이 15m-폭 24m 초대형
인원- 자위대원 등 3900명 동원
정성- 블록 쌓고 단청 별도 작업
감동- “기레이(아름답다)” 연발


“와∼ 백제왕궁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 눈 축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3일 0시 무렵. 삿포로 시 오도리(大通り) 8번가를 지나던 일본인 관광객들은 ‘기레이(아름답다)’를 연발했다.

5일 개막한 축제에서 백제왕궁이 단연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11일까지 열리는 삿포로 눈 축제는 시내 곳곳에서 행사가 펼쳐지지만 눈과 얼음으로 만든 조각상 140여 개가 몰려 있는 1.2km의 오도리가 핵심. 그 가운데서도 오도리 8번가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삿포로 눈 축제에서는 지금까지 숭례문과 광화문 수원화성 등 다양한 한국 건축물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백제왕궁은 규모나 작업방식 등에서 이전과 아주 달랐다. 충남 부여의 백제역사재현단지 내에 있는 왕궁의 실제 모형을 높이 15m, 폭 24m로 축소제작한 백제왕궁은 규모나 아름다움에서 다른 설상(雪像)들을 압도했다. 완성하는 데 들인 눈의 양만 대형 6t 트럭 750대 분량에 이를 정도다. 작업에 동원된 총인원도 자위대원과 시민봉사자 등을 합쳐 3900여 명으로 전체 총인원 1만2000명의 3분의 1에 이른다.

이웃해 있는 다른 조각들은 집채만 한 눈덩어리를 깎아 들어가는 방법을 썼지만 백제왕궁은 눈으로 아이스블록을 만들어 하나씩 쌓아 올렸다. 또 단청이나 처마 등 곡선 부분은 지상에서 따로 작업해 옮겨 붙였다. 다른 작품들이 개막 이틀 전에 완성됐지만 백제왕궁은 개막 직전까지도 작업이 끝나지 않은 이유다. 3일 새벽 톱으로 눈을 썰고 있던 한 자위대원은 “다른 설상들은 플라스틱 등 보조재도 함께 썼지만 백제왕궁은 100% 눈으로만 지은 예술작품이다. 들인 시간과 품은 다른 작품에 비할 수 없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삿포로 눈 축제 실행위원회가 백제왕궁을 가장 좋은 자리에 짓기로 한 것은 올해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새로운 한일관계 구축을 지방자치단체와 시민 차원에서 먼저 행동에 옮겨보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올해 9월부터 충남 부여군과 공주시에서 개최되는 ‘2010 세계 대(大)백제전’을 앞두고 삿포로 시와 대전시 및 충남도가 서로 협력해보자는 것. 대전시와 삿포로 시는 현재 자매도시 결연도 추진 중이다.

백제왕궁 스폰서회사인 홋카이도TV방송(HTB)의 오기야 다다오(荻谷忠男) 사장은 “백제는 일본 고대문화에 끼친 영향이 큰 형제와 같은 나라”라면서 “백제시대의 대표적 건축물인 왕궁을 일본에서 직접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삿포로=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기차타고 떠나는 태백 눈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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