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등 8개 차종 리콜(회수 및 무상수리)에 이어 하이브리드카의 대명사인 프리우스에 대한 대규모 리콜 발표가 임박하면서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도요타가 절체절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7일 “도요타가 국토교통성과 협의해 지난해 5월 이후 일본에서 판매한 신형 프리우스에 대한 리콜을 이번 주 초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이날 “도요타가 프리우스의 제동장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일본에서 팔린 신형 프리우스는 17만 대에 이른다. 이 모델은 미국에서도 10만 대가 팔리는 등 세계 60개국에서 약 30만 대가 판매됐다. 도요타의 또 다른 하이브리드 세단인 ‘사이’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카인 ‘HS250h’도 프리우스와 같은 브레이크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리콜 대상 차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 내 공장으로 옮겨붙은 리콜 불똥
프리우스 리콜은 미국에서 이미 생산, 판매가 중단된 캠리 등 8개 차종 리콜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이 자동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리콜에 들어간 8개 차종은 미국 공장에서 만든 차량이지만 제동 장치에 결함이 발견된 3세대 프리우스는 일본 아이치(愛知) 현 도요타(豊田) 시의 쓰쓰미(堤)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1970년 세워진 쓰쓰미 공장은 도요타의 차량 생산기술 노하우가 집약된 곳으로 평가돼 왔다. 프리우스 등 친환경 차량이 이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도요타의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도요타 측은 도요타 생산방식인 ‘도요타 웨이’를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쓰쓰미 공장으로 안내했다. 대중모델에 이어 프리우스의 리콜 결정은 세계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던 도요타 시스템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하이브리드카 전체로 비화될 수도
결함 원인도 바닥 매트에서 가속페달로 옮겨졌다가 브레이크로 확대됐고, 지금은 전자제어시스템 전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프리우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하이브리드카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하이브리드카도 프리우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제동 장치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일반 차량에 사용하는 유압식 브레이크에 추가로 회생(回生) 브레이크라는 별도의 전자제어 제동 장치가 달려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도요타 해외 공장의 작은 부품에서 시작된 리콜 사태가 지역적으로는 도요타 일본 공장으로, 차종으로는 도요타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로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프리우스 리콜로 인해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형국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 도요타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
하이브리드카는 도요타의 미래 성장동력이다. 도요타는 경쟁 회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1980년대 초반 전기 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뛰어들어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카 연구 인력만 1000명이 넘을 정도로 지금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경쟁 상대가 없었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선봉에 섰던 차가 프리우스였다. 도요타는 지난해 40만 대 이상 판매한 프리우스를 앞세워 글로벌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하이브리드카 중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프리우스는 1997년 출시된 이후 세계적으로 160만 대 이상 팔렸다. 지금도 독보적인 1위지만 앞으로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더 확고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개발하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대거 출원해 경쟁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프리우스와 관련해 미국에서만 300건에 가까운 특허가 등록된 것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10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2020년경에는 하이브리드카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자동차 시장의 절반을 도요타가 독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리콜 사태로 프리우스의 독보적인 지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카의 선두 주자로서 도요타가 누렸던 신뢰도의 추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프리우스는 이미 리콜이 결정된 8개 차종에 비해 수량은 적지만 도요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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