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바뀌는 우크라이나, 친서방 탈피 러로 기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야누코비치 前총리, 대선 결선투표서 티모셴코 2.79%P차 눌러

7일 실시된 우크라이나 제5대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59)가 친서방파인 율리야 티모셴코 현 총리(49)를 누르고 사실상 당선됐다. 8일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8.42%를 개표한 결과 야당 후보인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48.60%의 득표율로 45.81%에 그친 티모셴코 총리를 2.79%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번 선거에는 3700만 명의 유권자 중 약 69%가 참여했다.

▶개표 최종 결과는 dongA.com 참조

야누코비치 후보 진영은 이날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하고 티모셴코 후보의 총리직 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티모셴코 후보 진영은 “조직적 선거부정이 있었다”며 “오히려 우리가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최종 당선자 발표는 10일 뒤에 이뤄질 예정이다.

1950년 7월 9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에서 태어난 야누코비치 후보는 자동차 공장 근로자를 거쳐 운수업체 사장을 지내다 1990년대 초반 정치에 입문했다. 1997∼2002년 도네츠크 주지사를 지낸 뒤 2002년 총리로 발탁됐다. 2004년 대선에서 러시아의 지지 속에 빅토르 유셴코 당시 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지만 오렌지혁명이 일어나면서 이듬해 1월 실시된 재선거에서 유센코 후보에게 패배했다.

야누코비치 후보의 승리로 우크라이나의 외교 정책에는 일련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해 온 유셴코 현 대통령과 달리 야누코비치 후보는 EU 가입만 찬성하고 러시아가 반대하는 나토 가입은 절대 반대해 왔다. 또 가스비 인상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는 앞으로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야누코비치 후보가 과격한 서방 배제 정책이나 일방적인 친러시아 행보는 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렌지혁명 세력에 대한 실망과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반발 때문에 야누코비치 후보가 반사적인 이득을 본 것이지 국민의 정치성향이 갑자기 러시아 편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후유증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 지역과 친유럽 성향의 서부 지역은 깊은 감정의 골을 남겼다. 또 박빙의 차로 패배한 티모셴코 총리 측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할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양측 지지자들은 길거리에 나와 대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오렌지혁명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티모셴코 총리 진영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전체 투표소의 약 3%에 해당하는 1000개 이상의 투표소에 대해 재검표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서 파견된 선거감시단은 “투명하고 인상적인 투표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야누코비치 후보가 지난달 현 정부가 임명한 관리를 모두 해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공직사회에서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예상된다. 2005년 선거에서 승리한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총리는 야누코비치 당시 총리를 지지한 약 3만 명의 관리를 해임한 바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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