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첫 여성대통령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집권당 친치야 후보 47% 득표… 중도 시장경제 노선 유지할 듯

중미 코스타리카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7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현 집권 국민해방당(PLN)의 라우라 친치야 후보(50)가 유효투표 중 47%를 얻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8일 전했다. 결선투표를 해야 하는 40% 득표 선을 훨씬 넘어선 완승이다. 이로써 집권 국민해방당은 60년 장기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중도좌파 시민행동당(PAC)의 오톤 솔리스 후보는 24% 득표에 그쳤고, 우파인 자유운동당(ML) 오토 게바라 후보는 2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친치야 대통령 당선자는 현 대통령이자 198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국내외에서 신망이 두터운 오스카르 아리아스 대통령 아래서 부통령과 법무장관을 지내 일찌감치 당선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야권으로부터는 ‘아리아스의 꼭두각시’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친치야 당선자는 아리아스 정부가 추구한 경제개방 및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정책을 옹호하는 중도 시장경제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외신은 예상했다.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는 증가하는 범죄율이었다. 코스타리카가 지리적으로 남미에서 생산된 미국행 마약의 중간 경유지라는 점 때문에 이와 관련된 범죄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법무장관에다 공안장관까지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친치야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회안전 관련 예산을 50% 이상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또 마약 단속 담당관 직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범죄에는 관용을 보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치야 당선자는 이날 수도 산호세의 한 호텔에서 지지자 수천 명에게 “코스타리카에 감사한다. 분명 행복한 순간이지만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인다. 신뢰를 배반하지 않겠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호텔로 향하는 길에는 인터넷 단문문자서비스인 ‘트위터’로 지지자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친치야 당선자는 정치가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한 뒤 순탄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스페인 출신 사업가 남편과 결혼해 10대 아들 한 명을 둔 그는 교육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8%까지 늘리고, 가난한 학생을 위한 장학금 혜택을 확대하며, 일하는 엄마를 위한 주간 보육센터를 약속했다. 그는 당의 중도좌파적인 복지정책을 옹호하면서도 가톨릭 신자로서 동성애와 낙태에는 반대하는 보수주의적 태도를 견지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칠레 아르헨티나 파나마 니카라과에 이어 다섯 번째 여성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친치야 당선자는 5월 8일 취임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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